비선호 학군, 통일로 출퇴근 상습정체 단점"투자보단 실수요가 어울려"

  • "은평구 분양이 지난해부터 갑자기 증가했어요. 아무래도 은평구는 실수요자 시장이다 보니 대형 브랜드 아파트라도 투자 목적은 조금 어렵다고 봅니다." <녹번역 A 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일 지하철 3호선 녹번역 2번 출구 앞에 마련된 '힐스테이트 녹번' 모델하우스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다수를 이뤘다. 이들은 녹번역 역세권 아파트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최현철 힐스테이트 녹번 분양소장은 "3호선을 이용하는 30∼40대 직장인이 주요 수요층"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책정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대형 건설사들이 은평구에 신규분양을 집중하고 있다. 단기간에 물량이 집중되면서 공급과잉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4년 은평구에 등장한 물량(임대제외)은 610가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2790가구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도 4800여가구의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평 스카이뷰자이, 응암3구역), 롯데건설(수색4구역), SK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응암10구역)이 사업을 준비 중이다. 

    녹번역 인근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특히 은평구는 실수요 시장으로 비역세권 아파트의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통일로를 이용해 출근보다는 3호선 지하철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삼성물산이 녹번동 1-2구역을 재개발해 선보인 '래미안 베라힐즈'는 10.45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계약도 6일 만에 100% 완판됐다. 이 단지는 3호선 녹번·불광역을 이용할 수 있다. 한화건설이 선보인 '은평뉴타운 꿈에그린' 역시 3호선 구파발역 역세권 아파트다. 이 단지는 1순위 경쟁률 16대1을 기록하며 계약 5일 만에 100% 완판에 성공했다.

    반면 현대건설이 지난해 5월 선보인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는 중소형 상품임에도 아직 미분양이 남아 있다. 이 단지는 6호선 새절역 도보권 아파트다. 즉 종로·광화문 등으로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 않다.

  • ▲ 삼성물산이 선보인 '래미안 베라힐즈' 사업지.ⓒ뉴데일리경제
    ▲ 삼성물산이 선보인 '래미안 베라힐즈' 사업지.ⓒ뉴데일리경제


    개업공인중개사들은 전통적으로 은평구는 웃돈이 붙지 않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군이 아닌 데다가 서울 중심가로 연결되는 통일로가 상습정체 구간이기 때문이다. 또 은평구는 서울에서도 빌라(다세대·다가구)가 밀집된 지역으로 꼽힌다. 빌라는 전형적인 실수요가 몰리는 시장이다. 즉 은평구에서 투자자들이 아파트에 섣불리 목돈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다. 

    B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녹번역 역세권 응암1·2구역의 재개발이 완료되면 8000가구가 한꺼번에 들어선"며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통일로 주변으로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건설(무악2구역)과 현대산업개발(홍제2구역)도 올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즉 비슷한 입지에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주변 신도시 물량도 계속 나와 수요 이탈 가능성이 크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평구는 서울 중심가로 이동이 상대적으로 수월해 고양시 수요를 잡는 마케팅을 펼친다"며 "일산신도시에서 운정신도시에 내집마련으로 이동하는 추세도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최근 높아진 분양가도 웃돈 가능성을 낮게 예상했다. 은평구의 2014년 3.3㎡당 평균 분양가는 1229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442만원으로 200만원 가량 높아졌다.

    A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기존 등장한 단지의 분양가에다가 웃돈을 더한 분양가로 책정되고 있다"며 "저렴한 집값이라는 은평구의 장점도 사라져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