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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과열됐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연초부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홍콩, 영국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던 곳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고 중국, 호주 등지에서는 연일 '버블' 경고음이 나온다. 한국 역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수주일째 하락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 현상이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홍콩이다.
7일 홍콩 공시지가발표국(RVD)에 따르면 홍콩의 올해 1월 주택가격 지수는 278.7(1999년=100)로 지난해 12월 285.1보다 2.2% 하락했다.
주택 가격이 이처럼 내려간 것은 201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홍콩의 주택가격 지수는 지난해 9월 306.1을 기록한 이래 넉 달 연속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홍콩은 2006년 4분기 대비 2015년 2분기 주택가격이 220% 이상 증가하는 등 전 세계에서 집값 고공행진이 가장 두드러졌던 지역이다.
전 세계 금융 자금이 몰리면서 폐가 한 채가 십수억원에 팔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영국도 지난달 갑자기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
영국의 2월 주택가격 지수는 678.0(1983년=100)으로 전월 대비 1.4% 떨어졌다고 주택담보대출업체 핼리팩스는 밝혔다.
2월 주택 평균 가격은 20만9천495 파운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던 영국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특기할 만한 현상이다.
여기에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려로 런던 부동산 가격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외에도 뉴질랜드의 2월 주택 평균 가격이 55만6천 뉴질랜드 달러로 전월 대비 0.0%의 보합세를 보였다. 특히 대도시인 오클랜드 집값이 0.4% 떨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위축을 이끌었다.
북유럽 가운데는 핀란드의 1월 주택지수가 지난해 12월보다 1.3% 하락했고, 노르웨이의 2월 주택지수는 전월보다 0.2% 오르는데 그쳤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한국 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하락했고 서울 아파트 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 집계에도 한국 아파트 가격은 3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며 상승 움직임을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나이트프랭크 집계 기준으로 서울은 지난해 4분기 기준 가장 집값이 많이 뛴 도시 9위에 오를 정도로 지난해 집값 상승이 두드러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미한 상승과 보합세를 반복했다.
아직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버블이 한꺼번에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의 1월 주택가격 지수는 전월보다 1.3% 올랐지만, 2월에는 0.5% 상승에 그치며 상승폭이 둔화할 전망이다.
또 미국의 모기지 신청건수는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전주보다 4.3% 하락하는 등 주택 시장 불안의 조짐이 속속 관찰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택가격이 전년보다 6.4% 오르며 세계에서 7번째로 집값이 많이 오른 도시였던 마이애미는 이미 지난해 12월 주택 가격이 0.31% 하락했다.
뉴욕 주택 가격도 같은 기간 0.27% 떨어지며 대도시 중심으로 하락세가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금융시장에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선전(深천<土+川>)시의 주택 가격이 10년 새 508.5% 급등했고, 상하이(上海)는 약 384.6% 상승했다.
중국증권의 지웨이졔 애널리스트는 "자금이 한번 부동산으로 흘러가면 장기 투자가 되기 때문에 다시 시장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며 "부동산 시장 과열이 채권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호주 주택 시장에서도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자산운용사 핌코는 하락에 베팅하는 '빅 쇼트'를 언급하며 "호주의 주택 가격이 정점에 가까워졌다"며 "이제는 부동산 이외의 자산투자를 통한 위험 회피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