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체스-바둑 이어 '스타크래프트' 도전…"기계 궁극적 승리 멀지 않아"
  • ▲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고 있는 모습. ⓒ한국기원
    ▲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이고 있는 모습. ⓒ한국기원


    결국은 인간이 질 수밖에 없는 승부였다. 다만 예상보다 빨리 다가온 기계의 승리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누구나 예상한 패배였지만,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패배였다.

    인류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 2연패했다.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한 게임으로 평가받는 바둑에서 이 9단이 패배하며,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이 9단은 1차 대국에서 186수 흑불계패한데 이어 2차 대국에서도 211수 백불계패하며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었다. 5전 전승 또는 4승 1패를 예상했던 이 9단은 "한판이라도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 9단의 첫 번째 패배는 인공지능에 대한 방심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알파고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기 위한 이 9단의 실험적인 포석이 알파고의 불의의 일격에 낭패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조훈현 9단은 "이세돌 9단이 중반 이후 유리해지자 방심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알파고의 승부수에 걸려 패배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째 패배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패착을 찾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다. 이 9단은 1차 대국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제한 시간 2시간과 1분 초읽기 3회를 충분히 활용하는 등 신중한 포석을 유지했지만 알파고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반 중앙에 거대한 집을 확보한 알파고의 판세는 무서웠고, 이 9단의 계속된 공격에도 알파고는 균형을 맞추는 포석으로 승기를 지켰다. 해설을 진행한 이희성 9단은 "이세돌 9단의 패착을 찾기 힘든 경기였다"며 "알파고의 실력이 강하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평가했다.

     

  •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모습. ⓒ한국기원
    ▲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 모습. ⓒ한국기원

     

    바둑은 운이 따르지 않는 게임으로 분류된다. 패 또는 수를 먼저 제공하고 전략에 따라 운영하는 장기, 체스, 카드게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

    바둑기사는 백지의 바둑판에 번갈아가며 돌을 쌓아 진영을 구축한다. 어떤 수를 이어 두는지에 따라 무한한 모양의 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바둑은 어떤 게임보다 평등하다. 나중에 두는 백의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백에게 7.5집을 덤으로 제공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바둑은 크게 살아있는 돌의 생사로 승패를 결정하는 중국 규칙과 집의 수로 승패를 결정하는 일본 규칙으로 나뉜다. 알파고는 중국 규칙으로 학습돼 일본 규칙으로는 운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번 대국은 중국 규칙으로 진행됐다.

    누군가는 알파고가 일본 규칙에 맞춰 개발됐다면 이 9단이 쉽게 패하지 않았을 거라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수많은 확률과 데이터로 중무장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과 감정을 극복하는 건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탑재한 인공지능의 진화는 인간의 학습속도에 비할 수 없게 빠르다.

    2차 대국에서 보인 이세돌 9단의 고뇌에 찬 모습은 앞으로 있을 3~5차 대국의 어려움을 분명하게 암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9단의 2차 대국 패배를 분석하기에 분주했지만,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 한 순간도 앞선 적이 없었다"는 이 9단의 자평은 남은 대국의 승부를 가늠하기에 충분했다.

    알파고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구글은 바둑에 이어 '스타크래프트'를 알파고의 다음 과제로 꼽았다. 바둑과는 또 다른 지성이 요구되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알파고의 승리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인류를 능가하는 기계의 궁극적인 승리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