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은행권 "건전성 위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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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들이 신용도가 악화된 대기업을 중심으로 단기대출금(차입금) 회수에 나섰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연결 재무제표상 은행권 단기차입금은 2015년 말 기준 2570억원으로 전년(1조2412억원)대비 9842억원(79.3%) 줄어들었다.

    이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이 나빠진 영향 등으로 갈수록 신용도가 낮아지는 것과 관련있다는 분석이다.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는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대한항공은 내달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6000억원을 넘는 데다가 경영사정이 호전되지 않는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까지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한항공 차입금은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를 고려해 관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인 한진칼(BBB+)도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단기차입 규모가 2014년 말 1026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줄었다.

    또 올해 투자부적격인 'BB+'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두산건설은 5개 은행의 단기차입액이 작년 말 3085억원으로 1년 새 800억 원가량(20.6%) 감소했다.

    이밖에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현대엘리베이터(BBB-)의 단기차입금은 같은 기간에 2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단기차입금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계속 유지돼 왔다.

    그러나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자금흐름이 나빠질 징후가 나타나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회수하는 부채로 꼽힌다.

    일각에선 '비 올 때 우산 뺏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은행권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일부 기업의 부실 계열사 지원 가능성을 과거보다 작게 보기 시작했다"며 "포스코그룹 계열이던 포스코플랜텍 사례처럼 모기업이 부실 자회사 지원을 갑자기 중단하는 꼬리 자르기에 나설 경우 은행들이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어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