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규정에 야간소음 기준 빠져
  • ▲ 철로 변에 지어져 소음 피해가 우려되는 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설현장.ⓒ국토부
    ▲ 철로 변에 지어져 소음 피해가 우려되는 가좌지구 행복주택 건설현장.ⓒ국토부


    도심 내 소규모 공동주택의 소음 기준이 공급과 규제로 이원화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삶의 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현행 공급자 위주의 도심 내 공동주택 소음 기준을 입주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5일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도심의 공동주택에 적용하는 소음 기준이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다.

    우선 환경부는 소음 개선을 위한 목표치를 설정한 환경정책기본법과 소음 규제를 위한 소음진동관리법을 따로 관리한다.

    기본법은 실질적인 규제가 목적이 아니라 소음 기준에 대한 행정 목표치를 제시한다. 환경영향평가나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소음 발생에 대한 척도로 활용한다.

    기본법에 나와 있는 주요 도로변 주거지역 소음 기준은 주간 65데시벨(㏈), 야간 55㏈이다. 일반 주거지역은 주간 55㏈, 야간 45㏈로 상대적으로 더 조용하다.

    규제를 위한 소음진동관리법은 기준을 기본법보다 다소 완화해 적용한다. 소음진동관리법상 도로변 소음 기준은 주간 68㏈, 야간 58㏈이다. 기본법보다 주·야간 기준이 각각 3㏈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본법은 일종의 목표관리 기준"이라며 "행정목표를 초과했다고 처벌하진 않지만, 소음진동관리법은 규제법이라 기준을 초과하면 개선명령이나 과태료·벌금을 매긴다"고 설명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기본법은 포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행정목표를 따로 두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며 "목표치와 규제치를 같게 적용하면 저항도 크지만, 현재 수준에 머물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대통령령으로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의 소음 기준을 따로 두고 있다.

    이 규정에는 실외소음 기준이 주간 65㏈로 돼 있다.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지을 때 이 기준을 적용한다.

    규정에 따르면 5층 이하 가구는 실외소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저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6층 이상은 실외소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도 실내소음 기준을 만족하면 따로 소음 저감대책을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 6층 이상은 실내소음 기준도 충족하지 못할 때만 소음 저감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상대적으로 소음 피해에 잘 노출되는 고층부의 소음 저감대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김 소장은 "고층건물의 고층부는 저층부와 달리 방음벽을 설치해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주택건설기준에는 야간소음 기준이 아예 빠져 있다.

    국토부는 도심에서 야간소음 기준까지 두면 규제를 너무 강하게 두는 거라는 태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야간소음 기준까지 두면 주간 기준이 필요 없는 거 아니냐"며 "도심에서 공동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특색에 맞는 별도 기준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도심은 도로가 잘 발달해 있어 소음 기준을 맞추려면 방음벽이나 터널 등의 시설이 추가로 필요하고 이는 분양가 부담으로 돌아간다"며 "소음원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려면 입주민도 불편하고 그만한 땅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환경전문가들은 생활 수준의 향상과 주거 환경권에 관한 요구가 증대되는 만큼 공공주택 소음 기준도 공급자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중앙환경 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환경분쟁 조정신청 건수 총 210건 중 소음·진동분야가 84.3%를 차지했다.

    한 소음·진동전문가는 "밀집된 주거형태를 이루는 우리나라 공동주택의 특성상 소음 피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현재의 주택건설기준은 야간소음 기준이 없어 솔직히 기준이 약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주택 공급자는 별도의 건설 기준에 맞춰지었으니 나 몰라라할 수 있지만, 입주민은 피해를 감수하며 생활해야 한다"며 "소음관리가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국토부가 공동주택 소음 기준을 건축 관련 규정에 따로 두지 말고 환경부 기준을 따르는 게 맞다"며 "도로·철도 주변으로 야간소음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이 많은데 (주택공급도 중요하지만) 사람 사는 조건을 만족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