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협조요청에도 일부 대학 '나몰라라'
  • ▲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과회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학들은 사전 방지에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신입생을 대상으로 '학과회비'를 강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대학들은 사전 방지에는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가에 다시금 학생회비 강제 징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교육당국이 대학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의 경우 학과별로 선배 재학생이 새내기 신입생에게 4년치 회비를 일괄 납부하게 하거나 분할 시 이자 징수, 미납부자 불이익을 강조하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잇따랐다. 거듭 교육부가 대학측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이달 초 전국 국·공립대 및 사립대에 '학생회비 등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전달했다. 해당 공문에는 학과 행사와 관련해 부당한 금품모금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예방에 힘써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학교 규정에 따라 학생회비가 징수·집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3월에도 일부대학이 학과회비 징수와 관련해 자율 납부 사항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미흡하고 예·결산 투명성, 신입생 4년치 선납 등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는 것과 관련해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관계자는 "특정 이슈(회비 문제 등)가 되는 부분에서 주의를 촉구하면서 당부하고 있다. 이는 대학 학생자치활동이 자율이기 때문에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협조 요청에도 학과회비 강제 등 부당행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학과회비의 경우 총학생회 회비와 달리 학과별 학생회가 징수하는 사항으로 총학생회비와 마찬가지로 자율 납부 사항이다.

    반면 행사를 빌미로 새내기를 대상으로 학과회비 징수를 강제하거나 미리 4년치를 납부할 것을 강요하는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글이 오르내리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학과 학생회의 경우 신입생에게 4년치를 거둔 뒤 해당 년도에 모든 비용을 처리하고 행사 진행 시 회비 납부를 빌미로 참여율을 높이려고 강제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한 단과대에서는 회비를 안냈다며 엠티(MT)를 비싸게 책정했다는 불만글이 게재했고 또다른 학과의 경우 학과회비 지출내역에 대한 증빙영수증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을 의심받았다.

    원광대에서는 간호학과 회비를 놓고 4년치인 40만원을 분할해 납부할 경우 이자 6만원을 징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홍익대 세종캠퍼스의 B학과는 아예 신입생의 학과회비는 4년치 납부 사항이라고 강조했고 강원대 일부학과는 선배 예비군의 도시락을 강제로 준비시키면서 해당 학과의 지원금 없이 비용을 부담시키는 등 대학별로 부당 사례가 논란이 됐다.

    가천대 관계자는 "학과회비를 아예 못 걷게 할 수는 없다. 고교에서도 반비를 걷을 경우 납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필요할 때만 거두라고 지도한다. 회비 자체에 불만이 있는 학생은 그때 그때 해결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광대 측은 "강제사항은 아닌데 학과 학생회에서 주도적으로 하다보니깐 학생들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있다. 지도를 계속 지도해도 암암리에 한다. 간호학과 회비는 자체적으로 만든 룰이었다. 문제 지적 후 학생회 회의를 통해 해결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부당한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기보다는 문제가 발생된 후에야 해결하겠다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일부 대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과회비 부당 징수를 막도록 학칙을 개정하거나 4년치 일괄 납부를 제한하고 나섰다.

    서울시립대는 총학생회비와 달리 학과회비는 감사를 받지 않는 부분에 대해 투명성 확보를 위해 규정을 마련하고 문제 발생 시 감사를 받도록 했다. 숭실대 총학생회는 '학과·학부 학생회비 운용 시행세칙'을 개정해 전과한 학생의 학생회비를 이전하지 않을 경우 단과대 지원 학생회비를 일정 부분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올해부터 매년 학과 회비 납부 최대 금액을 5만원을 넘지않도록 규정했다. 학과장을 통해 공지했고 학과 학생회장이 면담하면서 많은 금액을 받지 않게 했다. 행사 참여의 경우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참가하고 필요 경비만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