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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신용자 대출 안내 문구. ⓒ 사진 뉴시스
가계대출급증을 우려한 정부와 은행권이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발을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저신용자들의 부담을 심화시키는 역기능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52조8천561억원에 달했다. 이는 248조6천323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말에 비해 두 달 사이 4조2천238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11월 이래 최대 규모다.
통상적으로 1~2월은 대출비수기로 분류된다. 계절적 요인으로 주택거래가 줄고, 직장인들의 경우 상여금 등 가욋돈을 만질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비은행권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은행권이 심사조건을 완화하는 등 대출 장벽을 낮추고 있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비은행권에서 불고 있는 마케팅 경쟁 역시 가계대출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비은행권은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대출규모를 크게 늘렸다. 지난 한해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22조4천459억원으로 최대치를 갱신했다.
보험사와 증권사, 카드사 등 여신금융기관들의 대출까지 더하면 제2금융권 전체 대출 규모는 훨씬 크다.
은행권이 과도한 대출을 막을 목적으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대출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원인으로 꼽는 전문가들도 많다.
수도권 은행들은 지난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소득 심사를 강화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적용하고 있다.
은행권이 여신 심사를 강화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한풀 꺾인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을 포함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9조7천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조9천억원이 줄었다.
다음달 2일부터는 비수도권 은행도 같은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대출 심사 시 적용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의 대출 고객 이동현상은 앞으로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제2금융권 대출이 늘어나면서, 서민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들의 경우, 고금리 대출 상품 이외에는 달리 선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가계대출규제가 서민 가정의 신용도를 더 떨어트릴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