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수출입은행 자본확충 논의 '물살'재정증자 등 해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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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지원의 12% 가량이 한계 대기업에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취약업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기업대출 규모가 2008년 34조원에서 지난해 82조원으로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책은행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2005년 26.9% 수준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2008년 41.6%로 치솟았다.
2009년 31.5%로 내려오는 듯했던 대기업 비중은 2010년 37.9%. 2011년 43.9%로 올랐고 2014년엔 역대 최고치인 47.5%를 기록했다.
조선·해운 등 한계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도 함께 뛰었다.
2009년 1.9%에 불과했던 한계 대기업 비중은 2010년 4.6%, 2012년 7.8%, 2014년 12.4%까지 올랐다.
이같이 한계 대기업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가속화되면서 국책은행의 자본력 확충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은 외환위기 때와 달리 부실기업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국책은행과 준국책은행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부실대출을 국책은행이 떠안으려면 자본력이 넉넉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말 10.11%로 시중은행 평균치(14.85%)보다 크게 떨어진다.
산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14.28%로 비교적 높지만 조선·해운·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빌려준 자금 규모가 큰 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덩치와 리스크 큰 업종에 대해서는 일반 금융기관들이 점차 대출 비중을 줄여왔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 기관의 자본금을 늘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계기업의) 부실을 처리하고 구조조정하려면 금융기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며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재정을 동원한 증자가 해법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증자를 한다고 해도 현금으로 자본금을 늘리는 게 아니라 공기업 주식을 주고받는 현물출자를 이용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건전성 지표만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자산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수출입은행에 1조원을 현물출자했다. 정부가 보유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분 1조원어치를 수은에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정부로선 현금출자로 혈세가 투입되면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담이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비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은 "국고에서 현금출자를 하는 게 정공법이지만, 정부는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증자를 하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은 결국 털어내야 하는데, 정부가 어느 정도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 포지션을 잡아야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 소장은 "어느 정도 규모로 손실을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국책은행에 대한 출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먼저 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조선업의 경우 국책은행이 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자산 매각이나 매물로 내놓는 일 등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