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표 없는 이사들...장기 용선료 계약 모두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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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한진해운
    ▲ ⓒ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각각 채권단과 자율협약에 돌입하면서 회사의 부실이 깊어지는 동안 경영권을 견제해야할 사외이사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글로벌 해운경기가 악화되면서 호황 시절 장기 체결한 외국 선사들과의 용선료가 기업 채무의 큰 부담이 됐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지난해까지 각각 현대상선은 275건, 한진해운은 243건이 이사회 안건으로 처리됐다.

    이사회에서 회사가 제시한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없다. 이사회가 사측의 거수기 역할만 한 셈이다.

    두 회사는 2000년대 중반 해운업 호황기를 맞자 용선료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해외 선주들과 웃돈을 주고 장기 용선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이 침체되면서 운임은 급락했다. 결국 비싸게 체결한 장기 용선료는 경영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현대상선은 2007년 10월 18일 사외이사들에게 주요 경영사항으로 1만2500 TEU급 컨테이너선 5척의 장기 용선을 추진한다고 보고했다.

    2012년 1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상선을 내세워 서울 반얀트리호텔을 인수할 때도 사외이사들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때는 이미 현대상선의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을 때였다.

    한진해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역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실을 키웠다. 한진해운은 2011년 1월 신조 컨테이너 확보 자금 차입, 컨테이너선 사선 확보 계획안, 벌크선 2척 신조 발주안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같은 해 5월 캄사르막스급 4척·3만5천t급 1척·5만9천t급 1척 건조를 위한 차입 건, 6월 1만3천 TEU급 컨테이너선 투자 건, 8월 4천600 TEU 컨테이너선 3척과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 3척 건조자금 조달 건 등 다소 무리하게 여겨지는 투자가 계속됐지만 반대표는 없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연간 4~7명 정도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현대상선 사외이사의 한 명당 평균 보수는 2007년 3700만원에서 2014년 기준 4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진해운 역시 사외이사 보수는 2007년 38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5800만원이 됐다.

    지난해 한진해운 이사회가 9번 열렸으니 사외이사는 회의에 한번 참석하고 600만원 이상을 챙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