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수원-성남-용인 노골적 ‘불만’...양평-연천 ‘환영’
  • ▲ 경기도청. ⓒ 경기도 제공
    ▲ 경기도청. ⓒ 경기도 제공

정부가 2018년부터 현재 시·군세로 돼 있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약 50%를 시·도세로 전환, 각 광역 지자체가 해당 재원을 관할 기초 지자체에 골고루 나눠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재정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경기도가 ‘부자 시군’과 ‘가난한 시군’ 사이에 끼여 이도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경기도 내 31개 시군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화성시를 비롯해 수원, 용인, 성남 등은 시장과 시의회가 긴급 기자회견에 나서면서, “정부의 방침대로 지방세제 개혁안이 추진된다면 전국 지자체의 하향평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들 시군은, “정부는 윗돌을 빼 아래에 괴는 식의 미봉책에 매달릴게 아니라, 국세인 부가세의 지방배분비율을 인상하고, 지방소비세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등 근본적인 지방재정 확충 방안을 시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경기 양평군, 연천군 등은 정부의 개혁안에 환영의사를 밝히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도내 시군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혁안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도내 시군의 상반된 움직임에 경기도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정부 방침이 미봉책이라는 화성시 등의 의견이 합리적인 것 같다. 정부의 개혁안에는 근본적인 대책이 빠져 있다”고 촌평했다.

기초자치단체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이 기초자자치단체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달 22일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불거졌다.

행자부 발표안은 2018년부터 시ㆍ군세인 법인지방소득세의 50% 가량을 도세로 전환해, 이를 관할 시군에 다시 재분배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자부는 법인지방소득세를 지자체간 재정불균형 심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고, 관련 세제를 손보겠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행자부는 정부가 각 기초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기준도 변경해, 인구수보다는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력 비율을 중시하겠다고 밝혔다.

행자부의 기준대로 방침이 확정되면, 부자 시군은 각 기업에서 징수하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절반 정도를 도에 내줘야 한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시군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시군별 편차가 매우 크다 보니, 재정자립도가 높은 시군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화성시는 행자부 개혁안이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시장이 직접 나서 유감을 나타냈다. 
화성시는 “정부의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연간 2천5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며, “28만명이 입주 예정인 동탄2신도시를 비롯 현재 진쟁 중인 택지개발에도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성시는 “법인지방소득세의 상당수가 도로와 상수도, 하수처리장 건설 등 기업 유치 및 유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쓰인다”며, “정부 안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정부안은 “지방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인석 시장은 “정부안은 겉보기에 재방재정 균형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채인석 시장은 “윗돌을 빼 아래에 괴는 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방소비세를 16%까지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배분하고 있는데, 그 비율을 0.5%만 높여도 지방의 재정건전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과 용인, 성남시 등도 같은 입장이다. 이들 의회는 성명을 통해 정부 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 시군에 있는 기업이 낸 세금은 당연히 지역에 자리를 잡은 기업과 주민을 위해 쓰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이를 다른 시도에 나눠주는 것은 역차별이나 다름이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양평, 연천 등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군의 반응은 다르다.

이들 시군 관계자들은 “세수 부족으로 사업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안이 실행되면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정부안에 대해 “지방 재정자립도에는 마이너스가 되겠지만 세입 증가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내 사립대 A교수는 “지방 재정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각론에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의 열악한 재정건전성 문제를 풀려면, 지방교부세 및 지방소비세 비율 인상 등 그 동안 지방정부가 중앙에 요구한 방안이 일정 부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한 지방교부세 분담 비율 인상 문제는 중앙과 지방정부가 몇 년 째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국세인 부가세를 지방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 분담 비율은 현행 법령상 19.24%로 규정돼 있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를 비롯한 지방정부에서는 이 비율을 21%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현재 11%로 돼 있는 지방소비세의 확대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 비율을 최대 20%까지 올려야 재정자립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방소비세율 11%→16% 인상, 레저세 과세 대상 확대, 지방복지세 도입 등을 재정건전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남경필 지사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현재와 같이 8대2 수준에 머무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세입기반이 충분하지 못한 지방이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근본적인 세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2005년 70.3%에 달했으나 지난 10년 동안 계속 뒷걸음질 쳐, 2014년에는 48.7%에 그쳤다.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곳은 화성시로 64.3%를 기록했다. 수원과 성남, 용인 등도 재정자립도가 60%를 넘어, 비교적 안정적인 시군으로 꼽힌다.

반면 양평, 연천, 동두천, 가평, 포천 등은 재정자립도가 30%를 넘지 못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