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면역항암제·퇴행성관절염 신약 등 올해 R&D 100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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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한양행 제공

    도입품목의 판매호조로 탄탄한 실탄(현금)을 장착한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에 팔을 걷어올렸다.

    지난 몇 년간 유한양행은 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고혈압 치료제), 트라젠타(당뇨병 치료제),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간염 치료제), 화이자의 프리베나(폐렴구균 백신) 등 다국적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국내 판권을 따내 외형을 확대해 왔다. 즉, 글로벌 제약사 완제품을 수입해서 대리 판매하는 도입품목은 유한양행의 전체 실적을 이끄는 주요 사업부문이다.


    이를 통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한 유한양행은 올해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어 오는 2018년까지 혁신 신약 3개 이상을 기술 수출한다는 목표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1000억원(전체 매출액 대비 8~9% 수준) 이상을 R&D비용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720억원보다 37% 이상 늘린 규모로 그간의 유한양행 행보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실제 유한양행의 R&D 투자 예산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약의 경우 지난 2005년 9월 시판허가를 받은 항궤양제인 레바넥스(국산 신약 9호)와 지난해 11월 허가 받은 고혈압·고지혈증치료제인 듀오웰(개량신약) 외에 R&D 성과는 전무하다. 해외 기술수출 건은 2008년과 2009년 레바넥스에 대해 3건, 2013년 류마티스관절염 바이오신약(YHB1411-2)에 대해 1건 등 총 4건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유한은 2014년 연매출 1조82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1조120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제약 1위 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5.9%로 업계 평균(8.4%)대비 저조했다. 회사 매출 대부분도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 영업에만 매달리고 있던 탓에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유한양행이 최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위한 R&D와 동시에 기술력을 지닌 바이오 벤처 기업에 지분 투자, 인수·합병(M&A) 등을 단행하면서 속도전에 들어갔다.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에만 바이오니아와 코스온, 제넥신에 각 210억원·150억원·200억원을 투자했다.

    올들어선 앱클론과 면역치료제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한발 더 나가 미국 항체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인 소렌토사와 공세적인 합작투자(약 120억원)에 나서는 등 신약 개발을 위한 플랫폼 확보에 자금을 집중 투입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만 5000억원 이상으로 업계 최고수준"이라며 "당분간 공격적인 R&D투자는 물론 바이오벤처 등에 대한 지분투자와 협력관계 체결은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R&D는 당뇨와 면역항암제, 퇴행성디스크 질환치료제 등 수요시장이 큰 일명 블록버스터 신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 세계 의약품 판매 1·2위 약효군은 항암제와 당뇨병치료제로 각각 774억달러(91조1000여억원)와 636억달러(74조8000여억원)를 기록했다.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최근 확보한 R&D 파이프라인(연구화 단계의 프로젝트)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투자 업체들의 기술 수출·신약개발이 성공할 경우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