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공룡펀드' 고전…7개 중 4개 손실 '당분간 지속' 전망

운용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공룡펀드들이 부쩍 낮아진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9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운용 순자산이 1조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 7개 중 3개만 연초 이후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큰 이익을 낸 펀드는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과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로 두 펀드 모두 0.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7개 펀드 중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지난해에 돌풍을 일으킨 메리츠자산운용의 '메리츠코리아'로 -7.58%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상품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로 명성을 얻어 지난해만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모았으며 최근 1년동안 9700억원이 들어왔다.

또 지난 1월에만 해도 수익률이 2%를 넘나들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수익률이 급락하며 같은 일반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 -2.5%보다도 못한 수준에 이른다.

운용 규모가 1조원이 넘는 대형 펀드 원조격인 '한국투자네비게이터'(-1.62%)와 '한국밸류10년투자'(-2.45%)도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에 시장에선 공룡펀드의 저주가 다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룡펀드의 저주란 펀드 설정액이 1조원을 넘으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일종의 징크스로 펀드 규모가 커지는 데 비해 담을 수 있는 종목이 한정돼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올해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이들 대형 펀드의 수익률이 대부분 웃도는 성과를 낸 만큼 아직은 단기 수익률 부진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의 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올 들어 수익을 올린 것은 배당주식형 펀드(0.28%) 하나만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국펀드평가의 한 관계자는 "공룡펀드의 수익률이 기대 이하이나 7개 중 5개가 유형별 펀드의 평균치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며 "이는 자산운용사들이 덩치가 큰 펀드에서만큼은 대체로 시장수익초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는 올 들어 0.73%의 수익률을 냈는데 중소형주식 유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3.02%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이들 7개 공룡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온 것은 '신영밸류고배당'으로 267억1600만원이다.

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교보악사파워인덱스'로 약 2270억원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