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동참 유도 위한 고육책...국민은행만 저평가
  • ▲ 대우조선해양이 자구안 제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 대우조선해양이 자구안 제출에 진통을 겪고 있다.ⓒ연합뉴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이미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대우조선은 자구안 제출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보아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은행들이 각 사의 자구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삼성중공업도 17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경영정상화 계획을 담은 추가 자구안 제출을 늦추고 있다. 확실한 자구안 마련을 위해 채권단과 협의한 후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자구안에 대해 채권단이 이미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출여부 보다는 협의를 통해 보다 더 확실한 자구안을 준비해서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은측에 자구안 초안을 보냈으나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당초 대우조선은 지난해 10월 경영정상화방안(긴축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바 있다. 당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으로부터 4조2000억원의 추가 자금지원을 받으면서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는 2019년까지 인력 3000명 감축, 자산매각을 통해 1조8500억원읠 자금을 확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조선업황을 보면 등급을 내리고 대손충당금도 쌓아야 하지만 정부 눈치 보느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에서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다른 은행들은 대우조선의 여신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정부의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올해 1분기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낮추고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정부와 채권단이 풀어야 될 문제로 아직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는데 선제적으로 여신 건전성 등급을 떨어뜨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대우조선의 여신건전성을 두고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 여신은 요주의 이하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개별은행이 자산 건전성 분류를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 따로 행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채권은행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자구안 제출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채권은행이 자구안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제출이 미뤄진 것은 사실상 반려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며 "협의를 거쳐 더 강화된 자구안을 내놓거나 채권단이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반영을 요구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