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두 영풍 사장, 기자회견 자청"오죽했으면" … 고려아연 작심 비판"MBK 개입 먼저 요청했다""최 회장측 대항매수 성공 희박"
  • ▲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MBK파트너스·㈜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확보 경쟁이 ‘여론전’과 ‘쩐의 전쟁’으로 확전 중인 가운데 영풍이 공개석상에 섰다. 영풍 측은 이번 공개매수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지배력 강화 이후 중국으로의 매각은 없다면서 경영 정상화와 고용안정 등을 약속했다.

    27일 강성두 영풍 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최윤범 회장이 지난 75년간 이어온 공동 경영의 동업정신을 먼저 깼다”며 “영풍이 오죽했으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성두 사장은 골든브릿지투자증권(현 상상인증권) 대표이사 출신으로 영풍에서 경영관리실장을 맡고 있다. 강 사장은 이번 MBK와 공개매수 작전을 짜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 ‘키맨’이기도 하다. MBK와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서면서 정치권 등 여론전에서 밀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자간담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며 “‘동업의 상징’이던 서린상사도 이사회를 독점 장악하고, 이후 양사 고객사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고객사에게 ‘영풍 석포제련소는 곧 문 닫을 것이다. 앞으로 영풍과 계속 거래하면 영풍에 문제가 생겨 물건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우리(고려아연)가 물건을 공급해줄 수 없다’는 식의 압박을 넣었다는 설명이다. 이는 영풍은 물론 고려아연에게도 해가 될 자해행위이자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아울러 최 회장이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해왔다고 보고 있다. 2022년, 2023년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16%의 지분 가치가 희석됐고,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으로 손실을 입혔다는 설명이다.

    강 사장은 “이 사이에 건실했던 고려아연의 부채는 무려 35배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고려아연을 살리고 영풍이 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았다. MBK는 토종사모펀드로, 제가 (장형진 고문께) MBK를 파트너로 제안해 결정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주당 75만원으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MBK 측의 공개매수 투입 자금 규모도 2조1400억원에서 2조4500억원으로 커지게 됐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0월 6일로, 최 회장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거래일은 단 4일이다.

    MBK가 파격적인 공개매수 가격 인상으로 인수합병(M&A)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도 백기사 확보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의 우군으로는 최 회장의 우군으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 한화그룹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강 사장은 “우리가 추석연휴 전 기습공격을 했고,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뭐라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중 자사주 취득이 불가능하고, 자금 확보 등 여력도 크지 않다.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는 것은 최 회장의 권리이나, 주가가 고점인 상황에서 투자자금 회수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며 대항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