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중 장기임대보증금만 6조100% 전세 전환은 결국 후퇴
  • ▲ SH공사의 부채는 상당 부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착한 적자였다. 사진은 SH공사 표지ⓒ뉴데일리
    ▲ SH공사의 부채는 상당 부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착한 적자였다. 사진은 SH공사 표지ⓒ뉴데일리


    서울시 SH공사 부채가 17조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해당 부채 중 상당부분이 임대주택 보증금 등 '착한적자'로 일각에선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4일 행정자치부 2015년 지방공기업 결산결과에 따르면 SH공사 지난해 부채는 총 16조9896억원으로 부채규모 1000억원 이상이거나 부채비율 200%를 넘는 26개 부채중점관리기관 가운데 가장 많다. 2위권인 인천도시공사와 경기도시공사(7조3000억원대)보다도 부채 규모가 두 배 이상이다.  

    하지만 SH공사 부채는 임대사업 보증금 비중이 크다. 올 1분기 SH공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총 부채 16조8692억원 중 비유동부채 항목에 있는 장기임대보증금이 6조6130억원에 달한다. 

    보증금은 SH공사가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에서 부채로 잡힌다. SH공사로선 보증금이 아닌 수익으로 집계되는 임대료를 많이 받아야 재무 건전성 평가에서 유리하다.  

    그런데도 SH공사는 전세 일부 전환과 함께 1993년부터 세입자가 임대료를 100% 보증금으로 바꾸는 것도 허용해왔다. 부채증가를 감수하고 주거취약계층인 임대주택 세입자가 겪는 고통을 덜어준 셈이다.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다른 지역 도시개발공사도 50%가량 일부 전환을 시행하고 있지만 100% 전환은 SH공사 뿐이다.  

    하지만 이 100% 전세전환 제도로 인해 SH공사가 짊어진 부담은 컸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SH공사 △공공 △국민 △영구 △주거환경 △재개발 임대주택에 입주한 11만6829가구 가운데 전세로 전부 혹은 일부 전환한 이들은 5만8816가구다.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대신한 전환 금액은 무려 2조3631억원에 이른다. 이 중 SH공사 임대주택 가구가 임대료를 전세로 100% 전환한 금액이 6000억여원이다.

    즉 SH공사는 임대료 수익을 완전히 포기하고 6000억여원 부채를 감당한 것이다. 지금처럼 1%대 저금리 기조 하에서 이 부채는 SH공사 재무구조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과거처럼 고금리에서 나오는 이자 수익으로 수선료 등 임대주택 관리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SH공사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임대주택 사업에서 1조2075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았다. 지난해 적자만 3300억원이었으며 매년 평균 11.2%가 늘고 있다. 

    결국 SH공사는 내달부터 새로운 전세전환제를 시행한다. 이를 살펴보면 신규 임대주택에 임대료 60%까지만 전세 전환이 허용된다. 대상 임대주택은 △국민 △공공 △주거환경 △영구 등 6만9362가구다. 재개발 임대주택 5만5327가구도 포함됐다.

    전환시기도 임대료와 보증금을 바꿨다면 1년 이내에 재전환할 수 없도록 규제된다. 1년간 13차례에 걸쳐 전세와 월세를 오가는 주민이 나오는 등 부작용이 컸기 때문이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SH공사 부채는 방만 경영보다 임대주택 공급을 지속하면서 증가한 것"이라며 "보증금 때문에라도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채 감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공공성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SH공사 딜레마"라며 "보다 공익적인 측면에서 SH공사 부채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