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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예약 당시보다 입주 예정시기가 5년 이상 지체됐다. 무주택이라는 입주자격을 갖추기 위해 전세를 찾아 전전하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목적에 맞는 정책인지 궁금하다." <하남감일지구 사전예약자 A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자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진행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입주가 연기되고 있어서다. 특히 LH는 사전예약자에게 공급가격 올리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문제가 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0년 당시 하남감일지구 보금자리주택에 사전예약한 인원은 2877명에 달했다.
보금자리주택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명박 정부시설 탄생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시세보다 절반 이하 분양가로 공급해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정권이 변하면서 보금자리주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행복주택·뉴스테이 등 임대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관심 밖으로 사라지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사전예약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사전예약제란 청약 시기보다 1년 전에 청약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요자가 개략적인 설계도와 예정분양가를 파악한 후 청약하는 제도다.
사전예약자는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다. 당첨 이후에도 주택을 보유하면 사전예약자에서 탈락한다. 자격 유지를 위해서 무주택자를 유지해야하는 셈이다. 결국 입주가 연기되면서 사전예약 당첨자는 '전세난민'으로 전락했다. 전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인 보증금 인상에 따른 어려움도 겪고 있다.
하남감일지구 사전예약자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관계자는 "LH는 사업지연에 따른 보상은 뒤로하고 공급가격을 인상하려고 한다"며 "입주 연기를 알고 있었다면 사전예약을 신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금자리주택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당시 이재영 LH 사장은 "사전예약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LH는 추가자료를 요청한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에게 "사전예약자에게는 당시 공지한 금액으로 공급하겠다"고 회신을 보냈다.
LH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국정감사 후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 4월 8일 사전예약자에게 인상된 분양가를 제시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시 진행된 간담회에서 LH 관계자는 "사전예약자에게도 공급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LH가 국회의원에게 보낸 회신과는 정반대 태도로 변한 것이다.
현재 LH는 국회의원에게 회신한 자료는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공식적인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추후 공급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부동산 시세 변동 등 인상 요인이 생겨 공급가격 인상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직 사전예약자에게 공급가격을 인상할지 여부에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공급가격을 인상할 경우 형평성 논란에서도 피해갈 수 없다. 감일지구와 인접한 미사지구 사전예약자에게는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입주 예정시기가 계획보다 연기됐지만 최초 약속 내용을 지켰다.
LH 관계자는 "사전예약자 공급가격과 공공분양 예상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면서 "상대적 발탈감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남감일지구 입주가 연기되면서 현재 사전예약자는 1100여명이 남았다. 즉 LH 입장에서 1700여가구를 분양물량으로 확보하게 됐다. LH는 사전예약 포기분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부채감축이 1순위 목표인 LH 입장에선 반가워할 수 있는 요소다.
실제 LH는 분양시장 훈풍이 불면서 토지공급을 1순위에 두고 있다. 최근 부채감축도 '토지 공급'을 통해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LH는 정확한 사업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에 입주를 한다면 당첨 10년 만에 입주하는 셈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