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원 150명·용역직원 150명· 판촉직원 1000명 등 총 1300여명 근무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경우도 발생”
  • ▲ 폐점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정재훈 기자
    ▲ 폐점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정재훈 기자

    “나이가 많아서 다른 매장에 배치하는 걸 회사에서 꺼리는 것 같아요.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은데 굳이 저같이 나이 많은 사람을 다른 면세점에 추가로 배치하는 걸 달가워 할 리가 없죠. 쉬려고 생각 중입니다.” (B사 매장 판촉직원)

    “근방에 집을 구해 월세로 살고 있는데 아직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았어요. 집을 내놓은 지 한달이 지났지만, 아직 팔리지 않습니다. 당장 근무지가 바뀌는데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걸려요.” (J사 매장 판촉직원)

    지난 23일 오후 5시경 기자가 찾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이번 주말 폐점을 앞두고 있음에도 국내외 관광객 4000여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어두운 표정에서는 폐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표정이 어두운 건 어쩔 수 없다”며 “다들 뿔뿔이 흩어지니까요. 본사 직원들이야 롯데가 100% 고용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판촉 직원들은 각사에서 관리하니까 솔직히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경우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 ▲ 폐점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정재훈 기자
    ▲ 폐점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롯데월드타워면세점 ⓒ정재훈 기자

    이번 면세점 종료 이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용문제다.

    롯데 본사 직원은 폐점 이후 타부서 전보 및 휴업휴직(유급휴가)이 진행될 예정이다. 휴업휴직은 순환식 유급휴가로 3개월 동안 현재 받는 금액의 70%만 지급된다. 롯데월드타워점에 익숙한 근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부서로 이동을 신청하거나 반강제적으로 휴가를 가야 할 처지다.

    본사 직원들 보다 더 큰 문제는 1000여명에 이르는 판촉직원들이다. 이들은 당장 폐점 이후 새로운 근무지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희망하지 않는 근무지로 가는 직원은 물론, 원하는 근무지에 가는 직원들도 일터를 잃었다는 데서 오는 불만이 상당했다. 

    L사 화장품매장 직원은 “같은 브랜드라도 면세점에 입점한 직원들끼리는 경쟁의식이 있어요. 월드타워점에 입점한 우리 매장은 회사에서 매번 상위권이라서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다른 매장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에요. 당연히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죠.”라고 말했다.

    그나마 화장품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매장이 많아 선택지가 넓은 편이지만, 악세사리·잡화 용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원하는 매장으로 가기도 힘든 형편이다.

    익명을 요구한 쥬얼리 매장 직원은 “답답합니다. 월드타워점은 집에서도 가깝고 근무하기도 좋았는데 새롭게 가야 할 매장은 집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 왜 폐점되는 겁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도 “어이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는 면세점마다 필수로 들어가는 매장이 아니어서 선택지가 한정적입니다. 다시 문 열기만을 손꼽아 기다릴 겁니다”라고 호소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이 종료한다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중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왕위(42세) 씨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종료하느냐”며 “한국을 찾을 때마다 들렸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 ▲ 최고 60% 할인 행사에 들어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정재훈 기자
    ▲ 최고 60% 할인 행사에 들어간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정재훈 기자

    폐점 이후 상품재고도 문제다. 이날 월드타워면세점은 ‘생큐 세일(Thank you Sale!)’을 진행해 최대 60%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고객 감사 이벤트지만 속내는 재고 소진이 목표였다.

    롯데월드타워점은 남은 재고에 대해 반송 및 멸각 작업을 시작했다. 단독 브랜드인 아이소이 등 10여개는 타점에 입점시켜 100% 재고를 처리할 예정이지만, 정리하는 데 1억원 이상의 손실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60% 세일을 진행하면 사실상 마진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고객 감사 이벤트 성격도 있지만, 솔직히 재고 소진을 위해 상당한 손해를 감내하면서 세일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 롯데월드타워점 화장품 매장에 몰려든 관광객들 ⓒ정재훈 기자
    ▲ 롯데월드타워점 화장품 매장에 몰려든 관광객들 ⓒ정재훈 기자

    롯데타워면세점은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재승인에 실패하며 이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이후 지난 4월 관세청이 서울 시내 4곳을 포함해 전국에 총 6개 면세점을 추가한다고 발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한자리는 롯데가 차지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롯데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지만,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성실하게 일해왔고 실질적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일반 서민일 뿐”이라며 “이번 사안은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색안경을 끼고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읍소했다.

    정직원 150명, 용역직원 150명, 판촉직원 1000명 등 총 1300여명이 근무하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27년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오는 26일 영업을 공식 종료한다. 

    매출 기준 국내 3위(연매출 6000억원 이상), 연면적 규모 국내 2위(2만㎡)의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평일 평균 단체 관광객만 4000여명, 주말에는 평균 4500여명이 몰리며 서울 강남지역 관광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의 일 평균 매출은 약 20억원으로 신규면세점인 두타면세점 일평균 4억원과 비교해 5배 이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