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발언 후, 제주관광공사-JDC 노골적 감정싸움
  • ▲ 원희룡 제주지사. ⓒ 사진 뉴시스
    ▲ 원희룡 제주지사. ⓒ 사진 뉴시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의 ‘입’이 지역사회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달 말 열린 지역 시민사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도중, 제주도의 대표적 중앙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겨냥해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원 지사의 발언에 등장한 제주관광공사와 JDC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원희룡 지사 발언의 주제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시내면세점(지정면세점) 이전과 관련한 사항이었으나, 발언의 전체 내용보다는 원 지사의 선정적인 표현 자체가 더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원 지사의 부적절한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JDC 새 이사장 공모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 지사는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JDC 이사장 선임과 관련해 “같은 조건이면 제주 출신이 좋겠다”는 뜻을 공개석상에서 밝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원 지사의 발언은 ‘사견(私見)’을 전제로 나왔지만, 지역의 관심이 집중된 중앙공기업 이사장 공모와 관련된 발언을 공개석상에서 한 것 자체가, 제주지사로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JDC 새 이사장 공모는 지역 경제계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로, 최근에는 “정부에서 새 이사장을 이미 낙점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와, 지역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 지사가 제주 출신 후보를 선호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발언의 배경에 대한 해명을 떠나, 도지사로서 지켜야 할 객관성과 균형감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원 지사의 발언 못지않게, JDC의 대응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JDC 김한욱 이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원 지사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이전의 불가함을 주장하면서, “서귀포로 가면 다 망한다” 등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써, 지역민은 물론 제주관광공사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JDC와 제주관광공사 간 감정싸움을 촉발한 원희룡 지사의 발언은 지난달 28일 나왔다. 이날 원 지사는 도청에서 제주시민사회연대회의와 3차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원 지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 특별자치행정국장 등 도청 주요 실국장이 참석했고, 시민사회에서는 시민사회연대회의 상임대표,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 등이 자리했다.

원 지사는,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으로 돼 있는 JDC를, 제주도 산하기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참석자의 말을 듣고, JDC에 대한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이날 원 지사의 JDC 관련 발언은 그 수위가 아슬아슬할 정도로 높았다.

원 지사는 “JDC와 가급적이면 협조하고 불협화음을 내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지만, 솔직히 이대론 안 된다”며, JDC의 성격을 제주도 산하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원 지사는 “제주 발전과 관련해 세 가지 기회를 잃었다. 하나는 자주재정권 미확보, 둘째는 JDC의 국토부 산하기관 지위 유지, 셋째는 제주공항(공항공사 제주본부) 제주이전 무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 가지가 제주에 주어졌다면,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달라졌을 것이다. 근본적 틀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민들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아쉬움과 함께 도민의 지지를 당부했다. 

JDC에 대한 원 지사의 비판은,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이전과 관련된 부분에서 정점에 달했다.

원 지사는 “제주관광공사를 망하게 하는 게 롯데나 신라면세점이 아닌 공기업(JDC)에서 나왔다는 게 충격"이라며, JDC를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원 지사는 기획재정부 담당국장과의 회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제주)컨벤션센터로 제한된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고시를 바꾸기로 조정이 됐는데, JDC와 국토부가 반대하면서 기재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JDC)이사장에게 항의하고, 호소하기 위해 전화했더니 ‘(자신의) 임기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며, 통화내용까지 공개했다. 

원 지사는 “JDC는 연간 1천억원의 순익을 내지만 그 수익은 100% 제주도민을 위해 쓰이지 얺는다.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속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한 발 더 나아가 “JDC처럼 오직 돈쓰는 것만 고민하는 공기업은 대한민국에 없다”며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원 지사의 발언 직후 JDC와 제주관광공사는 각각 언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선정적인 발언으로 상대방을 자극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매출이 부진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면세점 이전 문제를 두고, JDC가 합의를 하도고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원 지사를 적극 옹호했다.

반면 JDC는 김한욱 이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국가공기업인 JDC 때문에 제주도가 손해 본 게 뭔지 되묻고 싶다”며, 원 지사 발언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김한욱 이사장은 “JDC는 정부와 제주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왔다.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JDC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JDC는 제주관광공사의 면세점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가 합의를 깬 게 아니라,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합의’도 안 된 사안을, 언론에 흘리면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김한욱 이사장은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제주도 및 제주관광공사와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민감한 주장을 폈다.

김 이사장은 “시중에 돌고 있는 얘기”라며, “JTO(제주관광공사)는 1년이면 망한다. JDC는 3년이면 망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이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제주관광공사가 발끈하고 나섰다.

제주관광공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한욱 이자장이 허위정보를 흘리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제주관광공사는 “김한욱 JDC 이사장이 도내 언론과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을 호도했다. 김 이사장은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특정 지역을 폄하했다”며,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원희룡 지사가 JDC 이사장 공모와 관련해 한 발언도 잡음을 내고 있다.

원 지사는 JDC가 차기 이사장 공모를 마감한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 도중 “JDC 신임 이사장직에 어떤 인물이 임명되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설명했다.

원 지사는 “(JDC는) 국토부 산하기관이고, 제주도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장치나 권한이 없다”며 개인적 의견을 밝혔다.

원 지사는 “희망사항이라면 제주도민의 입장을 존중하고, 무서워할 줄 아는 그런 분이었으면 좋겠다. 같은 조건이라면 제주 출신이 아무래도 애향심도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원 지사는 “이사장 임명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 정치적 논공행상을 통한 낙하산 인사는 배제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발언은 ‘JDC 이사장 사전 낙점설’이 제기된 상태에서 나와,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지역 여론은 JDC 이사장 공모와 관련해 “중앙 정부가 이미 이사장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며, ‘낙하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취재결과 JDC 차기 이사장 공모에 도전장을 낸 후보자는 모두 9명으로, 이 가운데 제주 출신은 8명이다.

제주 지역 언론에 따르면, JDC 차기 이사장 공모에 신청서를 낸 사람은 4.13 총선에 출마했던 지역 정치권 인사와 대학교수, 국토부 고위직 출신으로 건설관련 단체장을 지낸 인사 등이다.

원 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원 지사의 발언을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로 해석하더라도, 그가 중앙정치권에서 갖고 있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자칫 공기업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추측성 기사가 많은데, 원 지사의 발언은 해석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말 그대로 바람을 전달할 것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