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장 공모 과정서 사전 내정설 등 각종 의혹 난무
  •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홈페이지. ⓒ 화면 캡처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홈페이지. ⓒ 화면 캡처

    제주도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JTO)의 지정면세점 이전 문제를 놓고 제주도와 갈등을 겪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차기 이사장 임명이 8월 이후로 미뤄졌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JDC는 12일 오후 7대 이사장 추천을 위한 세 번째 이사장추천위원회를 열었으나, 위원 중 한명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파행을 빚었다. 추천위는 이날 후보자 9명 중 기재부에 추천할 최종후보자 3명을 선정하는데 실패한 뒤, 성과 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JDC의 새 이사장이 이달 안에 임명장을 받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JDC 이사장은 내부 이사장추천위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자 3명을 기획재정부에 추천하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심의 및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한다.

JDC 초대 및 2대 이사장에는 국토부 고위공무원 출신이 임명됐으나, 3대와 4대 이사장은 제주도 출신 인사였다.

JDC는 국토부의 관리 및 감독을 받는 중앙공기업이지만, 기관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설립목적이나 사업 영역 등이 모두 제주도에 몰려 있어, 제주도와는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JDC는 지역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리는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사업을 비롯해 신화역사공원 조성사업, 한국항공우주박물관 운영, 제주공항 및 제주항 지정면세점 운영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JDC가 위 사업을 추진하는 목표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이다. JDC의 핵심 수익원으로 알려진 지정면세점 운영 역시,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JDC는 최근 원희룡 지사의 작심 발언으로 촉발된 JTO 지정면세점 이전 논란과 관련해 다시 한 번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본지 7월 7일자 기사 [원희룡 제주지사 ‘JDC’ 작심 비판...파문 일파만파] 

JDC와 제주도가 상대방에 대해 노골적인 유감을 표하면서, 제주도와 JDC 모두 제주도민의 비판을 받았다. 파문이 커지자 제주도와 JDC 모두 갈등의 원인을 “언론의 과잉보도 탓”으로 돌리며, 서로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와 JDC는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와 관련해 “사안을 바라보는 해석의 차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위 사건은 JDC가 지역 경제계에서 갖고 있는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 경제계에서 JDC가 갖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JDC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관심도 크다. 특히 전직 이사장 중 일부가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하면서, JDC는 제주도민들에게 특별한 공기업으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올해 7대 이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과정은 시작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JDC와 지역 언론계에 따르면, JDC는 7대 이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내부 이사장추천위을 12일 열었다. JDC 비상임이사 5명과 추천인사 2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이사장추천위는 이날 세 번째 회의를 열고, 공모에 응한 9명 중 기재부에 추천할 3명의 최종후보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중간에 자리를 떴다.

이사장추천위가 이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는 근본 이유는 ‘심리적 압박’ 때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JDC는 지난달 8월부터 21일까지 7대 이사장 후보자를 공모했다. 공모에 참여한 후보자는 모두 9명으로 이 가운데는 4.13총선에 여야 후보로 출마한 정치권 인사, 지역 유력일간지를 보유한 기업 최고경영자,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을 지낸 건설 관련 단체장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모 마감 시점부터 새 이사장이 사실상 낙점을 받았다는 설(說)이 빠르게 퍼졌다는 점이다.

새 이사장 낙하산 의혹이 확산되면서, 지역시민단체들이 연대해 공동성명을 내고, JDC 노조가 공정하고 신속한 인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에서는 “중앙에서 누구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성명을 발표한 시민단체 뒤에 누가 있다”,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사가 지원서를 냈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 3명을 가려내야 하는 이사장추천위원들이 심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면서,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날 회의가 무산되면서, JDC의 새 이사장이 이달 중 임명될 가능성은 사라졌다.

중앙공기업인 JDC 이사장은 매달 15일쯤 열리는 기재부 공운위의 심위를 거쳐야 한다. 새 이사장 임명이 이달 안에 이뤄지려면, 이번 주 안에 이사장추천위가 다시 열려 최종 후보자 3명을 확정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JDC 측의 설명이다.

JDC 관계자는 “어제 회의가 무산되면서, 이달 이사장 임명은 어렵게 됐다. 7명 위원들의 일정을 맞춰서 다시 회의를 소집해야 하는데 이틀 만에 다시 회의를 여는 건 현실적으로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따라 JDC 새 이사장 임명을 위한 절차는 빨라야 다음 달 중순께나 돼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JDC 이사장 임명이 지연되면서 역기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JDC는 현재 김한욱 이사장이 직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행정부지사 출신인 김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16일로 끝났다. 새 이사장 임명이 늦어지면서 임기가 끝난 전 이사장이 한 달 넘게 직무를 수행하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JDC 사정에 밝은 지역 언론계 인사 A씨는 “임기가 끝난 사람이 계속 직을 유지하는데 조직이 잘 돌아가겠느냐”고 우려했다.

A씨는 “예래휴양단지나 여기에 투자를 한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과의 관계설정, 수조원이 들어간 신화역사공원 사업, 면세점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새 이사장 임명이 늦어져 큰일”이라며, “이사장추천위가 하루 빨리 최종 후보자를 결정하는 길만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추천위 파행과 관련해 JDC 관계자는 “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말은 와전된 것 같다”면서도, “위원들이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사장 임명은 다음 달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JDC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도민들의 반응도 악화되고 있다.

도민들은 제주도와 JDC가 협력을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JTO 지정면세점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 자체가 문제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A씨는 “JDC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치는 도민들이 많다. 제주도에 대한 도민들의 반응도 썩 좋지 않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행동인지 모르겠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A씨는 “최근 벌어진 지정면세점 이전 논란은 원희룡지사와 JDC가 벌인 싸움의 1탄”이라며, “원희룡 지사가 JDC를 도 산하기관으로 편입시키려는 의사를 밝히면서,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28일 원희룡 지사는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정책간담회 도중, JTO가 운영 중인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 지정면세점 이전이, JDC와 국토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현재 제주도에 있는 면세점은 민간과 공기업이 운영하는 곳을 모두 합쳐 10곳이다.

이 가운데 해외여행객만이 이용할 수 있는 시내면세점은 3곳, 나머지는 내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내면세점이다.

JDC는 제주공항 국내선과 제주항(국내/국제)에서 국내면세점을, JTO는 서귀포 중문 시내면세점, 국제컨벤션센터 및 성산포항 국내면세점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JDC와 JTO가 운영하는 국내면세점은, 관세청 고시를 근거로 한 ‘지정면세점’이다.

관세청은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재원(財源) 마련을 위해, JDC에 특별히 면세점 운영권을 내줬으나, 제주도가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를 출범시키면서 상황이 변했다.

제주도는 JTO도 국내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고시 개정을 요구했고, 관세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제주지역 지정면세점 운영주체는 JDC와 JTO 두 곳으로 늘어났다.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JDC의 지정면세점은 제주공항(국내선)과 제주항, JTO의 지정면세점은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와 성산포항으로 입지가 제한돼 있다.

원희룡 지사는 장소적 제약으로 매출이 제자리걸음인 JTO 컨벤션센터 면세점 이전을 위해, 기재부 담당 국장 주재 아래 회의를 여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JDC의 반대로 계획이 무산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원 지사는 ‘JTO 지정면세점 이전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그 책임이 JDC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했다.

이 문제에 대해 제주도와 JDC는 “언론이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를 한 측면이 있다. 양 측의 관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 논란이 된 부분은 해석의 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