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밀리고 적자 누적…공기업 기능조정 외풍까지자구노력 없이 남 탓만 지적도
  • ▲ 유카.ⓒ코레일네트웍스
    ▲ 유카.ⓒ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네트웍스가 '골칫거리' 카셰어링(차량공유) 서비스인 유카(YOUCAR) 사업에서 손을 뗀다. 곽노상 대표이사가 취임 일성으로 정상화를 외친지 단 넉 달 만이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 재편 속에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정부의 공기업 기능조정 외풍까지 더해져 설 자리를 잃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로 지적됐던 요금 체계 개편 등의 자구노력은 게을리한 채 남 탓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코레일네트웍스에 따르면 유카 서비스가 15일부터 종료된다. 더는 예약을 할 수 없다. 전기차 서비스는 이미 지난달 말 종료됐다.

    코레일네트웍스가 밝힌 사업 철수 이유는 적자 누적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헌승(새누리당) 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유카는 2013년 9억9300만원, 2014년 6억56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4억5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업 3년간 총 20억원이 넘는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올 상반기도 3억원 이상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유카는 전국 주요 철도역에서 차량을 단기 대여하는 서비스로, KTX·지하철역 등 코레일의 교통 인프라와 연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전국 권역 카셰어링을 제공했다. 현재 전국 51개 거점에서 168대(서울시 나눔카 32대 제외)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유카가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민간 경쟁사인 쏘카의 경우 대여할 수 있는 차량이 경차·중형차·수입차·승합차 등으로 다양하다. 대여요금도 10분 기준으로 1200~7500원이다.

    반면 유카는 경차 레이 포함 5가지 차종만을 갖춰 선택의 폭이 좁다. 요금도 최초 1시간 기준으로 6600~1만2500원으로 비싸다. 강점이었던 철도교통 연계도 경쟁사들이 철도 인근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면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경쟁사에 대기업 자금이 유입되면서 차량 확충 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코레일네트웍스 관계자는 "쏘카는 지난해 SK그룹에서 590억원을 투자했고, 그린카는 롯데가 지분을 인수했다"며 "차량·운영업소 확충 등으로 편도서비스까지 가능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설상가상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추진하며 민간이 더 잘하는 사업은 공기업이 손을 떼라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추진방향에는 코레일네트웍스의 유카 사업이 대상에 포함됐다. 3년간 적자가 이어지면 사업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유카는 지난해 적자가 예상됐던 만큼 사업 중단을 기정사실로 보는 견해도 있었다.

    분위기 반전은 곽 대표이사가 취임하면서부터 이뤄졌다. 곽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수익구조가 취약한 사업을 정상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카는 적자 폭이 매년 30% 이상 감소세를 보여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4개월 만에 공염불이 됐다. 일각에선 코레일네트웍스가 자구노력은 소홀히 한 채 외부 환경 탓만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요금 체계 개편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중형 쏘나타 차량을 예로 들면 쏘카는 10분 대여료가 2160원이다. 1시간으로 환산하면 1만2960원이다. 유카는 1만2500원이다. 1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쏘카가 460원 더 비싸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차량을 공유한다는 점을 참작하면 기본 대여시간과 요금이 저렴한 편이 유리하다.

    주행요금도 마찬가지다. 유카는 ㎞당 주행요금이 190~200원, 쏘카는 160~250원이다. 최곳값은 쏘카가 더 비싸지만, 이는 유카는 서비스하지 않는 승합차의 요금이다. 승용차인 쏘나타를 기준으로 하면 쏘카는 180원, 유카는 200원으로 유카가 20원 더 비싸다.

    준중형 아반떼를 50분 이용했다면 쏘카는 시간요금 7900원에 주행요금으로 ㎞당 170원을 물면 된다. 유카는 기본 1시간 요금 8700원에 ㎞당 주행요금 190원을 부담해야 한다.

    차량 구매 등 인프라 확충은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여의치 않더라도 소비자 불만이 제기됐던 요금체계는 언제든 손질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곽 대표이사의 정상화 다짐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 관계자는 "최초 1시간만 표준요금을 받고 이후로는 30분 단위로 요금을 계산한다"며 "주행요금은 거의 고정이라 유카 요금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흑자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적자가 지속한다고 판단되면 정리해 누적 적자를 최소화하는 것도 정상화의 한 방법"이라며 "(기재부 등) 외부의 영향이 아니라 자체적인 판단으로 어렵게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