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JDC, 지방공기업으로 지위 바꿔라”
  • ▲ 제주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미니어쳐. ⓒ 사진 뉴시스
    ▲ 제주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미니어쳐. ⓒ 사진 뉴시스

    지난 5월 국회가 ‘유원지 특례 조항’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주목을 받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잇따른 잡음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JDC가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투자를 끌어들여 추진 중인 ‘예래 휴영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은, 제주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파국을 면했지만, 뒤를 이어 ‘신임 이사장 사전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사장 최종 후보자를 선별해야 하는 임원추천위가 파행을 빚으면서,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JDC가 2년 전 문을 연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개관 이래 174억원의 적자를 내고,  JDC가 수익성 분석도 없이 사업규모를 확대해 적자 폭을 키웠다는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오면서, JDC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JDC가 추진 주인 핵심 사업들이 해외 투자자와의 갈등(예래 휴영형 주거단지), 잦은 계획변경에 따른 난개발 우려(신화역사공원), 부실한 사업계획(항공우주박물관)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JDC의 사업추진능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관광공사 지정면세점 이전을 놓고, 원희룡 지사와 불편한 모습을 연출하자, 지역사회에서는 JDC를 제주도 산하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부 도민은 JDC가 공항면세점 사업을 통해 해마다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수익 환원’에는 인색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JDC의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지역 여론을 부정적으로 돌려세우는데 한 몫하고 있다. JDC가 추진하는 사업 상당수가 대규모 부동한 개발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도민들 사이에서는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아니가 부동산 개발회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리고 있다.

JDC에 대한 비판은 도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15일 오후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344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무소속 강경식 도의원은 5분 발언을 신청한 뒤, JDC의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경식 의원은 “JDC가 설립당시부터 제주도의 통제에서 벗어나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출범했다”며, “아니다 다를까, JDC는 추락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크게 흔들리면서 도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JDC의 제주도 이관을 강조했다.

2002년 5월 출범한 JDC는 국토교통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제주도 안에서는, JDC의 출범 취지나 사업내용을 고려할 때, 국토부 산하 공기업이 아니라 제주도 지방공기업으로, 기관의 지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JDC 제주도 이관 논란은, 지난달 원희룡 지사가 시민단체와의 간담회 도중 그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지역 사회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JDC를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JDC의 역량이나 미래상 등을 고려할 때, 숙고해야 할 문제다. 중앙정부 산하의 공기업이 가지는 위상과 기능을 생각한다면, JDC의 제주도 이관이 도민들에게 과연 이익이 될지도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많은 수의 지방자치단체가 ‘힘 있는 중앙 공기업을 모셔오기 위해’ 극진한 정성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JDC를 지방공기업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도민들이 JDC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의 단면을 보여준다.

강경식 의원은 “JDC의 이관을 위해서는 공론화가 필요하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 과도적으로 JDC에 대한 도민의 참여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 개선에 (이 문제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의원은, “JDC는 부동산 개발회사에 불과하다”는 시민단체의 평가를 소개하면서, “요즘에는 JDC가 제주도로 이관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어떤 형태로든 JDC의 역할과 정체성이 재정립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JDC가 면세점 사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도, 지역사회와 이익을 나누는 데는 인색했다는 지적도 다시 등장했다.

강 의원은 “JDC는 면세점 수익금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제주공항면세점은 12년 동안 4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순이익만 1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수익 대부분을 개발사업에 투자했다고 하지만, 제주도로의 이익환원은 매우 인색했다”고 평가하면서, “(JDC의) 도민공헌사업 예산은 전체 매출액의 0.9%에 불과한 433억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기 위해 출범한 JDC가, 정작 도의회의 감시 밖에 있다며, 도민사회에 내재된 불만을 거듭 드러냈다. 강 의원은 JDC 주요 임원 인사에 중앙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로 삼았다.

“JDC 이사장, 임사와 감사는 정부여당의 낙하산 인사나 대통령선거 공신들로 채워져 왔다. 제주도에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는데 도지사와 형식적인 협의만 진행할 뿐이다. 주요사업에 대한 도의회 동의도, 도의회 업무보고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 의원은 JDC가 제주도 지방공기업으로 전환되더라도, 전문 인력의 고용을 승계하고 인력을 보강한다면, 제주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JDC의 제주도 이관을 거듭 요구했다.

JDC에 대한 지역사회의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면서, 당사자인 JDC가 이런 현실을 자초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JDC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 일부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JDC가 추진하는 사업은 핵심사업, 관리사업, 전략사업, 면세점사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신화역사공원 조성, 항공우주박물관,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 계획 등은 도의회와 지역민들이 대표적으로 꼽고 있는 대표적인 ‘부실 사업’이다.

2년 전 문을 연 항공우주박물관은 1,150억원을 투자했지만, 고용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사업 초기 수익성 분석 자체가 잘못됐고, JDC가 무모하게 사업규모를 확대하면서, 만성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적지 않다.

JDC는 항공우주박물관 사업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우주박물관은 공공재로서의 가치가 높고, 지역민은 물론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교육 및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익’만으로 사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건 무리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적한 것처럼, JDC가 제대로 된 수익성 분석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총 사업비가 23억 달러(한화 2조5천억원)에 달하는,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 사업은, 투자자이자 사업시행자인 버자야그룹이 JDC를 상대로 3천5백억원대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수두룩하다.

지난 5월 특례조항을 담은 제주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사업 정상화까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JDC의 또 다른 핵심사업인 ‘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 역시 총 사업비가 2조4천억원이 넘는 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이 사업도 잦은 사업계획 변경과, 당초 사업 취지를 무색케 하는 카지노 시설 입주 등으로 큰 논란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