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여파 BMW·푸조·크라이슬러, 디젤 판매 '뚝'
  • ▲ 자료사진.ⓒ각 사
    ▲ 자료사진.ⓒ각 사

     

     

    수입차업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디젤 역풍에 울상을 짓고 있다. 폭스바겐 사태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에게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 차량이 지목된 이후 판매 급감이 일어나,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7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있다.


    1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수입차 등록 대수는 총 11만6749대로 전년 동기 11만9832대보다 2.6% 줄었다.


    연료별 등록 대수를 보면 올 상반기 가솔린 모델 판매는 3만4242대로 전년 동기보다 2.5% 늘었다. 하이브리드도 6724대로 57.5% 증가했다. 반면 디젤은 7만5676대로 7.7%나 감소했다. 비중 0.1%에 불과한 전기차는 107대로 17.7% 줄었다.


    브랜드별로 보면 디젤 비중이 높은 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우선 폭스바겐은 상반기 1만246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1만8635대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는 디젤 모델의 판매가 줄어든 결과다. 올해 디젤은 1만104대로 전년(1만6419대)보다 6000대 이상 판매가 감소했다. 가솔린 모델은 2359대로 오히려 143대 늘었다.


    아우디 역시 상반기 1만3058대를 판매, 지난해(1만4559대)보다 부진했다. 디젤이 1만1988대로 지난해보다 1561대 줄어든 탓이다. 가솔린은 지난해(1059대)와 엇비슷한 1010대를 기록했다.


    디젤 비중이 높은 BMW 역시 피해를 봤다. 올 상반기 2만3154대 판매에 그쳐 지난해보다 1052대 판매가 줄었다. 가솔린 판매가 4179대로 지난해(3524대)보다 늘었지만 디젤은 1만8848대로 전년(2만470대) 대비 1622대 감소했다. 하이브리드(52대)와 전기차(75대) 판매도 소폭 감소했다.


    크라이슬러는 지난해 3178대에서 올해 2659대로 판매량이 16% 줄었다.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디젤이 2163대에서 1098대로 1065대나 감소한 탓이다. 그나마 가솔린은 1015대에서 1561대로 546대 늘었다.

  • ▲ 푸조 2008.ⓒ푸조
    ▲ 푸조 2008.ⓒ푸조


    100% 디젤 차량만 판매하고 있는 푸조는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2978대에서 1875대로 37%나 판매량이 줄었다. 시트로엥도 290대에서 233대로 감소했다.


    닛산의 경우 환경부가 불법 임의조작 건으로 인기차종인 캐시카이에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상반기 판매에 손해를 봤다. 캐시카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1249대에서 519대로 58.4%나 판매량이 감소했다.


    디젤 역풍이 비껴간 곳도 있다.


    랜드로버는 지난해 3267대에서 상반기 5502대로 판매량이 늘었다. 디젤 모델 중 디스커버리 라인업이 인기를 끌면서 판매를 끌어올렸다.


    벤츠도 올 상반기 2만4488대를 판매하며 지난해(2만2923대)보다 선전했다. 타사와 달리 디젤이 1만6654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가솔린 판매는 오히려 7834대로 전년(9250대)보다 줄었다.


    볼보는 지난해에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상반기 257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했다. 디젤과 가솔린 모두 판매가 늘었다. 디젤은 2299대로 전년(1884대)보다 415대 증가했고 가솔린은 277대로 127대 늘었다.


    이처럼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디젤 역풍은 수입차 업계에 실질적인 타격을 줬다. 이에 수입차업계는 하반기 역시 이같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수입차업계는 폭스바겐의 국내 리콜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디젤 사태는 곧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폭스바겐 사태가 터졌음에도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해 말, 올 판매 전망으로 25만5000대를 잡았을 정도다.

  • ▲ 자료사진.ⓒ연합뉴스
    ▲ 자료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폭스바겐의 후속조치가 늦어지면서 사태는 검찰 수사로 번졌고, 환경부의 대규모 과징금 및 판매정지 행정처분을 앞두고 있다. 또 2분기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디젤차가 꼽히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수입차 시장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디젤도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 모델과 이전 모델은 차이가 있다"며 "정부가 마치 모든 디젤차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것처럼 포괄적으로 발표를 해 유로6 모델까지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불신이 커지는 등 수입차에 대한 인식 악화로 수입차 인증 역시 강화됐다.  


    당장 벤츠코리아는 뉴 E클래스 디젤 모델인 E220d 인증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검증 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가 벤츠코리아가 제출한 E220d의 서류에 대해 보완을 요청한 것이다. 폭스바겐의 서류 조작 사태로 수입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절차와 검증이 강화된 결과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차량 인증이 지연되면 출시가 늦어지는 만큼 신차 효과를 제 때 누리기 어려워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디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악화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당장 디젤 분위기가 나쁘다고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로 돌아설 수도 없어 지금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랄 뿐이다"라고 전했다.


    디젤 사태의 중심에 있는 폭스바겐의 경우 오는 22일 환경부 청문회에서 서류조작 등에 대해 적극 해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부 방침이 완고해 향후 행정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등 상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리콜계획서는 아직까지 환경부 승인 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측은 임의설정 조작 부분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