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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중재하기 위해 나선 환경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공기청정기·에어컨 업계와 소비자들은 환경부의 조사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OIT 논란 이후 한 달여 만에 발표된 환경부의 조사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OIT 위해성 여부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이후 일주일간 세 차례나 입장이 번복됐다.
처음에는 "OIT 위해성 여부는 명확하지 않아 지속 논의하겠다"라고 하더니, 며칠 뒤에는 "논란이 된 필터 외 항균물질이 포함된 필터도 안전성 예방 차원에서 자진수거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OIT 위해성은 낮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처럼 어설픈 환경부의 모습에 애꿎은 OIT 미검출 업체와 소비자들의 한숨만 더욱 늘어가고 있다.
한 공기청정기업체 관계자는 "9월 공기청정기 성수기를 앞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종결되길 바라고 있다"며 "환경부의 OIT 조사결과 자료를 보고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지만, 논란이 더욱 커질까 우려돼 조용히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환경부의 잇따른 입장 변화에 업체들도 어떤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난감하다"며 "환경부는 도대체 왜 그러는겁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소비자들 역시 OIT 위해성 여부가 불분명해 여전히 불안감에 빠져있다. 기존 제품들의 환불 및 수거 문의로 관련 업체들의 고객센터는 연일 불통이다. 관련 제품 판매량도 논란 이전과 비교해 최대 90%까지 감소했다.
환경부의 이 같은 대처는 옥시 사태로 이미 한 차례 고통을 겪은 소비자들의 마음에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꼴이다.
환경부는 이번 OIT 논란이 국민건강과 직결된 큰 이슈인 만큼, 소비자들을 위해 빠른 조치를 취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보는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환경부의 성급한 대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꼴이다. 환경부의 조사결과가 나왔으나, 미검출업체들과 소비자들은 여전히 OIT 위해성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들은 '무슨죄'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