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난 이사장이 직무수행 계속
  •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6월 공모를 시작으로 두 달 가까이 이어져 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7대 이사장 선임절차가 없던 일이 됐다.

JDC는 그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사장 공모에 응한 9명의 지원자 중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할 3명의 후보자 선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나, 지난달 30일 임원추천위는 만장일치로 ‘기재부에 추천할 적격 후보자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JDC 7대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는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JDC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 건설’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JDC는 이를 위해 ▲첨단과학기술단지 ▲영어교육도시 ▲제주헬스케어타운 ▲신화역사공원 등의 개발사업과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운영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의 투자를 받아 추진 중인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조성사업 역시 JDC가 진행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이 가운데 제주신화역사공원, 서귀포 예래 휴양단지 사업은 총 소요 예상 자금이 2조4천~5천여역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JDC는 이들 사업의 재원 마련을 위해 기획재정부 및 관세청으로부터 지정면세점 운영 허가를 받아, 제주공항과 제주항 여객터미널(국제/국내)에서 내국인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추진 중인 사업의 성격과 규모, 목적 등을 고려할 때, JDC는 제주도에서 매우 특별한 중앙 공기업이다. 지역사회에서 갖는 위상이 특별한 만큼 JDC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도 높다.

때문에 JDC 새 이사장 선임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은 상당히 큰 편이다. 언론도 JDC 7대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과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JDC는 지난 6월 현직에 있는 김한욱 이사장의 임기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새 이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에 들어갔다. 당시 공모에는 도내 인사 8명, 도외 인사 1명 등 모두 9명이 지원서를 냈다.

JDC는 새 이사장 선임을 둘러싼 지역 내 관심이 고조되면서 지원서를 낸 후보자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보 공개를 꺼리다가 뒤늦게 지원자 수가 9명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언론의 취재 결과, 이들 지원자 가운데는 4.13 총선 당시 출마한 지역 유력 정치인,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 역시 국토부 출신으로 건설관련 단체장을 맡고 있는 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모에 지원서를 낸 김택남 제민일보 회장은 최근 지원의사를 자진 철회했다.

JDC 새 이사장 선정은 공모 시작과 함께 삐걱댔다. 지역정치권과 언론에는 “유력 정치인 출신 A가 중앙에서 이미 낙점을 받았다”는 식의 설이 빠르게 퍼지면서, 새 이사장 선정과정의 공정성을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사전 낙점설, 낙하산 설 등이 확산되면서, 지역시민단체와 JDC 노조까지 나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사가 새 이사장에 임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JDC 새 이사장 낙점설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에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해야 할 임원추천위원들이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임원추천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임원추천위는 지난달 초 세 번째 회의를 열고, 기재부에 추천할 후보자 3명을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했다. 당시 위원들은 네 번째 회의를 언제 다시 열지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고 중간에 자리를 떴다는 증언도 나왔다.

임원추천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7월 중 새 이사장 임명은 물거품이 됐다.

JDC 이사장은 임원추천위의 추천과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공운위)의 심사 및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임명한다. 이 가운데 핵심 절차인 기재부 공운위 심사는 매달 15일 열리므로, 적어도 그 전에 후보자 3명에 대한 임원추천위의 추천절차가 끝나야 한다.

JDC는 임원추천위 3차 회의가 무산된 뒤, 늦어도 8월 중에는 새 이사장 임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예상은 빗나갔다.

임원추천위는 지난달 30일 4차 회의를 열고, ‘적격 후보자 없음’이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JDC 새 이사장 선임은, 첫 절차인 공모과정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약 2주가 걸리는 공모과정과, 임원추천위가 서류 및 면접 심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고려한다면, 이달 안에 새 이사장을 임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새 이사장 선임이 파행을 거듭하면서, 임기가 이미 끝난 전 이사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는 상황이 두 달 넘게 이어질 전망이다.

현 김한욱 JDC 이사장의 임기는 지난 6월27일 끝났지만, 새 이사장이 임명될 때까지 당분간 직무를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JDC 관계자는 공모절차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사안은 없다”며, “재공모 절차를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공모가 결정된 이상, 이번 기회에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춘 준비된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JDC는,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낸 3천5백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려 있다. 서귀포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버자야그룹은, 일부 토지주들의 반발과 소송, 법원의 공사중단 결정 등이 얽히면서, 사업이 장기간 공전(空轉)되자, JDC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 문제 말고도 새 이사장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는 과제는 많다. 잦은 계획 변경으로 도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신화역사공원 사업과, 개관 이후 2년째 17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낸 항공우주박물관 사업도, 새 이사장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