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인상 동결 기조 … 대학 재정 열악, 경쟁력 약화 원인으로 꼽혀교육부는 지난달 대학에 동결 요청 서한 … "경기 동향·가계 부담·시국 상황 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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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등록금이 16년째 동결인 가운데 서울권 일부 대학이 등록금 인상을 의결하면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지 주목된다.지난해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등록금 자율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던 만큼 등록금 인상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다만 고물가와 불경기 장기화로 가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강대는 지난해 12월 26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학년도 학부 등록금을 4.85%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서강대가 등록금을 올린 것은 13년 만이다.국민대도 지난 2일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열고 학부 등록금을 4.97%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국민대의 등록금 인상은 17년 만이다.연세대도 등록금 인상 여부를 두고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고, 성균관대, 경희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도 등록금 상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대학 등록금은 지난 2000~2008년 연평균 6.7% 인상됐다.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되는 데다 그동안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재정을 확보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들고 나왔고, 교육부는 2009년부터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했다. 2012년부턴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을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사실상 동결을 강제했다.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등록금이 16년째 동결되면서 대학은 시설 투자나 교수 채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대학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교위 제8차 대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대학 경쟁력 약화의 원인은 대학의 열악한 재정, 교육부의 과도한 통제, 혁신 없이 안주하는 대학 등 크게 세 가지"라며 "이 원인을 해결하려면 대학 등록금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박 교수는 "현재는 대학이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지 못해 등록금이 16년째 동결돼 왔다"며 "이는 대학교육과 연구의 질 저하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지난해 4년제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682만7300원으로 전년(679만4800원)보다 0.5% 상승했다. 2021~202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73%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국가장학금을 포기하는 대신 등록금을 올리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4학년도에 26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올해는 이런 움직임이 서울권 사립대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국립대 사이에서도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태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31일 각 대학에 서한문을 보내 "그동안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해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내외 경기 동향, 학생·학부모 부담, 엄중한 시국 상황을 깊이 숙고한 결과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교육부는 다만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해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의 경우 교내장학금을 전년 대비 10% 줄여도 국가장학금Ⅱ 유형에 대한 국고 지원을 끊지 않기로 했다.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해 교내장학금 지원에 다소 숨통을 틔워준 것이다.그러나 대학가에선 이런 지원이 역부족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