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격 인하폭 1.9%… 가공비 등 기타비용 상승분 상쇄 어려워"가격 인하 또는 동결 가능성… "원유가격보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더 문제" 지적
  • ▲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데일리경제DB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가격은 인하됐지만 소비자가 마시는 우유 가격 인하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3일 유업계에 따르면 각사마다 우유 제품 가격 인하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유 가격 인하폭보다 가공비 등 기타 비용의 상승폭이 커 가격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업계는 내부 협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말 가격 정책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 하락폭이 워낙 작아서 회사 내부적으로 우유 가격 정책을 두고 협상중"이라면서 "우유 가격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쪽으로 의견이 나뉘고 있으며 정확한 결과는 9월 말쯤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유업계 또한 "원유가격이 내려가면서 우유 가격 인하에 대한 압박이 있어 내부적으로 논의는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이라면서 "가공비 등 기타 비용은 올랐기 때문에 인상도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인데 원유가격 하락 때문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전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7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올해 낙농진흥회 소속농가에서 구입하는 우유 원유 기본가격을 지난해보다 18원(1.9%) 인하한 리터당 922원으로 결정했다.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된 지난 2013년 이후 원유 가격이 변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당시 원유 가격은 리터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06원(12.7%) 올랐고 인상분을 반영해 유업체들은 약 2달 후 평균 우유 가격을 200원 가량 올린 2550원 수준으로 인상했다.

  • ▲ 국가별 원유생산자가격. ⓒ낙농진흥회
    ▲ 국가별 원유생산자가격. ⓒ낙농진흥회

    한 업체 관계자는 "3년 전 원유가격이 인상됐을 때 10% 이상 오르면서 우유 가격도 올랐지만 이번에는 인하폭이 1%대로 워낙 작아서 가격을 내리더라도 몇 십 원에 불과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뉴질랜드나 유럽, 호주 같은 낙농 선진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수입 유제품과의 경쟁도 치열한데다 국내 우유 시장도 침체된 상황에서 우유 가격 인하 압박까지 받아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가격이 소폭 하락했다고 해도 한국 원유가격은 뉴질랜드의 3.7배, 중국의 2배, 일본의 1.2배로 세계 최고가 수준"이라면서 "최근 코스트코(COSTCO)에서 미국산 수입 우유가 판매되는 등 국산 우유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하락 압박까지 이어져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유업계는 원유가격 자체의 문제보다는 원유가격연동제의 폐해를 지적했다.

    유제품이 잘 안팔리더라도 원유를 생산하는 농가의 소득을 일정하게 보장해주는 원유가격연동제 탓에 농가는 시장 수급상황과 상관없이 무조건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유 쿼터제에 따라 낙농가의 원유를 전량 매입하고 있으며 낙농가들은 생산비가 모두 보장되기 때문에 아무런 피해가 없고 원유 잉여 상황은 유가공업체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면서 "원유가 아무리 남아돌아도 낙농가는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유가공업체는 재고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며 할인판매를 하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단순 원유가격 인하보다는 원유가격연동제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원유 기본 가격이 하락할 여자가 더 많아지고 유제품 가격도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낮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