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여러 매물이 나오고 있는데다 KDB생명의 매력도도 높지 않아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내달초 KDB생명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주관사로 크레딧스위스를 선정하고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했지만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불발된 바 있다.

    문제는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 지표가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KDB생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건전성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는 156.1%로 금융당국의 권고 수준(150%)을 겨우 넘었다. 현재 보험업법에서는 해당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감독원에서는 150% 이상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보험사의 RBC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 여력이 높고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본다. KDB생명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RBC비율이 232.1%였지만 1년 새 76%포인트 떨어졌다. KDB생명의 RBC비율 하락은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영향이 컸다. 매각을 앞두고 금리 변화에 따른 변동성을 줄인 것이다. 금리하락 시에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하면 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손실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지난 3월 금리 리스크 완화를 위해 1조484억원의 규모의 국고채와 특수채를 만기보유로 계정을 재분류했지만 금리하락으로 오히려 금리역마진위험액 등이 증가하면서 RBC비율은 내려갔고 업계 최하위에 랭크됐다. 업계에 매물로 나와있는 ING생명은 올해 3월 말 기준 RBC비율이 317%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6월 말에 RBC비율을 190%대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자본을 확충할 계획은 없고 자본확충에 대해서는 인수할 곳에서 판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올 들어 직원수는 늘었지만 매출(초회보험료)은 줄어 생산성이 떨어졌고, 보험사가 보험료를 굴려 얻는 운용자산이익률도 하락했다.

    실제 보험사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1~5월 887억원에서 올해 1~5월 818억원으로 7.8%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줄어든 가운데 임직원수는 지난해 5월 914명에서 올해 5월 942명으로 늘었다. 같은기간 설계사수는 3993명에서 4262명으로 269명 늘었다.

    인력과 비용은 늘었지만 수입은 줄어든 셈이다.

    이런 가운데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1~5월 5.3%에서 올해 1~5월에 4.2%로 9%포인트 떨어졌다. 과거 주력으로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저금리 기조에서 수익률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해 온 고금리 자산의 만기가 차례로 돌아오면 새로 들어오는 수입보험료와 함께 이를 재투자해야 하는데 저금리 상황에서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KDB생명은 그나마 온라인 채널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장 규모가 작고,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경쟁도 점차 가열되고 있어 녹록치 못하다. KDB생명은 온라인채널에서 들어오는 초회보험료는 전체 초회보험료의 2.3% 수준이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KDB생명이 헐값에 매각되거나 중국 자본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 알리안츠를 35억원이란 헐값에 매입했다.

    다만 산업은행에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한만큼 투자 원금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과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지난 2010년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하고 약 8500억원을 투자원금으로 넣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KDB생명 매각가로 투자원금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면 또다시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경우에는 방만경영 등의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