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안보 강조-국론분열 우려
  • ▲ 을지연습 상황보고회의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지사. ⓒ 경기도 제공
    ▲ 을지연습 상황보고회의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지사. ⓒ 경기도 제공


    ““안보에 관한한 여야와 정파와 이념이 따로 없다.”

    여권을 대표하는 유력 잠룡(潛龍) 가운데 한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국가안보’와 ‘국론통합’을 강조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그 정치적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론이 나오고 있다.

    국가안보에 관한 남 지사의 발언 대부분이 을지프리덤 가디언 기간 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접경지역의 안보현안을 무시할 수 없는 해당 도지사의 일상적 발언이란 해석도 있지만, 남 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갖는 위상을 고려할 때, 그의 앞으로 행보를 예견케 하는 의미 있는 수사(修辭)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후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이들은, 남 지사의 국가안보 관련 발언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DD) 도입 논란을 계기로 본격화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남 지사가 사드 도입 논란과 관련해, 박 대통령에게 ‘흔들림 없는 일관된 정책 추진’을 고언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사드 방중에 비판적 입장을 밝힌 사실은, 여권을 대표하는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정치적 입지를 감안할 때,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남경필 지사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임기 전반기 2년 동안 국내 정치 현안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발사 등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발언을 가급적 자제했다. 이 기간 동안 남 지사는 도내 사정을 살피고, 지역 현안을 풀어내기 위한 해법을 찾는데 주력했다.

    남경필 지사는 경제적 측면에서 ‘공유적 시장경제’, 정치적 측면에서는 ‘전국 최초의 여야 연정’을 각각 앞세워, 지역 정가와 경제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경필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 주식회사’(가칭) 설립, 중소기업을 위한 공동물류센터 건립, 2기 여야 연정 합의, 도의회에 자율 예산 편성권 부여, 지방장관제 도입 제안 등은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으로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히트상품들이다.

    남 지사는 아파트단지와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저인망식으로 민심을 살피면서, 지역 주민과의 정서적 거리감도 크게 좁혔다.

    2년 넘게 경기도 내부 현안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최근 들어 부쩍 잦아진 국가안보 발언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발언의 정도나 표현도 더 강해지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 23일 을지연습 2일차 상황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태영호 공사 망명을 언급하면서 북한 정권 내부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남경필 지사는 “북한은 내부의 위기 극복을 위해 외부 도발을 시도하곤 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역사적으로 너무 많이 봤다”며, 북한이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남 지사는 “북한의 이런 시도는 한반도 상황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드배치와 관련해, 우리 내부도 국론이 통일되지 않고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이라며, ‘남남갈등’을 우려했다.

    남 지사는 “안팎으로 내우외환의 단계로 접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경기도 공직자부터 내부를 하나로 단결하는 노력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자신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경기 연정’을 ‘내부 통합을 위한 정치적 노력’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그는 연정 협상을 진행 중인 경기도 협상단에게 “국론통합을 위해서라도 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정은) 우리 내부를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정치적 노력이다. 경기 연정이 우리 내부를 하나로 만드는, 안보를 위한 연정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 지사는 하루 전인 22일에도 을지연습 최초상황보고회의를 주재하면서, “안보에 있어서 우리가 하나로 뭉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나로 뭉쳐서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급변상황을 이겨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 지사는 이 날도 어김없이 남남분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남 지사는 “안보에 있어서 가종 안 좋은 것이 ‘내부 분열’이다.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를 위한 결정인데, 오히려 내부갈등과 분열이 증폭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 지사는 “정치권이 빨리 갈등을 매듭짓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지사의 국가안보론은 지난 11일 열린 ‘을지연습 준비보고회의’에서도 나왔다. 

    이날도 남 지사는 “북한의 핵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우려해야 하는 건 국론의 분열”이라고 진단했다.

    남 지사는 무엇보다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보에 관한한 여야와 정파와 이념이 따로 없다. 을지연습을 단순한 훈련으로 보지 말고, 안보와 관련해 국론을 하나로 모은다는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남 지사는 ‘사드 논란’이 한창이었던 지난 7일, 대통령과 정치권, 우리 국민과 중국정부를 상대로, 간곡한 당부의 뜻을 담은 장문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글에서 남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니,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되 흔들리지 말고, 국가안보의 기반을 튼튼히 해주시기 바란다”며, 박 대통령의 사드 도입 결단을 지지했다.

    이어 정치권에 대해서는 “지역과 개인이 아닌 국익과 국가안보가 먼저라는 시각에서 문제를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남 지사는, 더민주 소속 6명의 초선의원들이 ‘사드 문제 협의’를 위해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사실에 대해, “균형 잡힌 외교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가더라도 여야가 동행하는 ‘국회대표단’ 형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중(自重)할 것을 주문했다.

    남 지사는 국민들에게도 당부의 글을 남겼다. 남 지사는 “국가가 당면한 엄중한 현실을 잘 헤아려 국론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사드 배치는 ‘선택이 아닌, 국가안보와 직결된 결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남 지사는 중국 및 러시아 정부에 대해서도, “주변국이 어떤 이유로 사드 배치를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사드는 한반도 방어용이며, 북핵과 운명을 같이 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설명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