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SJA 조감도. ⓒ 연합뉴스
    ▲ 제주영어교육도시 국제학교 SJA 조감도. ⓒ 연합뉴스

    제주국제영어도시에 네 번째로 들어설 예정인 국제학교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 제주’(SJA Jeju) 졸속 추진 의혹과 관련해, 미국 버몬트주에 있는 SJA 본교를 방문한 제주도교육청 실사단이 1일 귀국했다.

SJA로 실사단을 보낸 제주도교육청은, 실사단으로부터 내용을 보고받고, 그 결과를 5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다.

SJA Jeju는 국토교육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자회사인 ㈜해울이 설립을 추진 중인 국제학교다.

㈜해울은 지난해 10월27일 제주도교육청에 학교설립계획 승인신청을 냈으며, 도교육청은 4차례에 걸쳐 국제학교설립·운영심의워원회를 열고, 해울 측이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

JDC와 해울 측은, SJA Jeju의 본교인 미국 SJA에 대해 “174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사학이며, 미국 교육부로부터 ‘Blue Ribbon School Program’ 우수학교로 선정됐다”고 홍보했다. 해울 측은 이 학교가 미국의 30대 대통령인 캘빈 쿨리지와 버몬트주 대법원장 등을 배출했다고 홍보했다.

해울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SJA는 미국 버몬트주에 위치한 남녀공학 사립학교로,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9~12학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재학생은 940여명이며, 설립년도는 1842년이다.

JDC와 해울은 SJA Jeju 졸업생이 미국 본교의 학생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미국 본교로부터 교육과정 운영에 관한 지적재산권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JDC와 해울은 SJA Jeju의 개교시점을 2017년 9월로 잡고, 올해 4월28일 제주영어교육도시 안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SJA Jeju는 부지 10만20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5만9110㎡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SJA Jeju는 미국 본교와 달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통합과정을 운영한다. 정원은 1,254명이며, 학급수는 68학급.

SJA Jeju 설립과 관련해 부실 의혹이 제기된 건 7월 말이었다. 당시 이데일리는 SJA Jeju 설립이 졸속으로 추진됐으며, 졸업생들이 미국 본교와 동일한 학력인정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SJA Jeju 설립을 승인한 도교육청의 검증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신문은, 학교 설립과 관련한 협력사업계약서에 미국 본교 이사회 서명이 누락됐는데도, SJA Jeju 설립계획이 승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JDC,와 해울의 홍보와 달리, SJA는 ‘명문 사학’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신문은 미국의 학교 조사 전문기관인 니치(Niche)의 평가 결과를 소개하면서, SJA는 평가 대상 3천개 사립학교 중 1,640위에 이름이 올라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2014년 기준 SJA의 평균 SAT(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점수가, 미국 사립고 평균인 1800점에 미달하는 1530점이라고 소개했다.

이데일리의 주장에 대해 제주교육청은 “심의는 적절하게 진행됐으며,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SJA Jeju 설립 주체격인 JDC 손봉수 교육도시처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의 일부 내용을 사실상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파문은 더 커졌다.

손 처장은 논란의 핵심인 ‘본교와 동일한 학력인정’ 여부에 대해, “본교와 동일한 학력인증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도자료를 뿌리지 않았다. 본교를 졸업하지 않았는데, 본교 졸업생과 같은 학력인증을 해 준다는 건 우리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동등한 자격·대우’라는 말은, 본교와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동문네트워크 등 동질의식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을 구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손 처장은 SJA Jeju의 법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굳이 법적으로 따지면 프랜차이즈 스쿨이 맞다. 다만 분교에 가깝게 좀 더 강화된 형태의 프랜차이즈 스쿨이다. 본교의 관리 감독을 받는, 위탁운영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라고 말했다.

손 처장은 미국 SJA를 명문사학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미국 내 톱10 안에 드는 명문학교들에 비해 좋은 학교라고 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나름 174년의 역사를 이어 온 전통있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SJA 설립계획을 승인해 준 제주교육청은 지난달 23일, ‘제주도 국제학교설립운영심의위원회’(위원장 이인회 제주대 교수)가, 26일부터 9월1일까지 미국 버몬트 주에 있는 SJA를 방문해, 실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모두 4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실사단은 SJA 본교 이사진과의 면담을 통해, SJA Jeju 설립 관련 계약내용과 절차 등을 확인하고, 교사와 학생, 지역 주민들을 만나, SJA의 위상과 평판 등을 직접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사단이 어제 귀국했고, SJA 관계자는 물론이고 지역주민들도 만나 의혹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일로 예정된 결과 발표 및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해, JDC 측과 사전 조율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교육청 자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했다. JDC와 사전 협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