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SKT,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정조준'

하나금융그룹이 SK텔레콤과 손잡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 기반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설립한 생활 금융 플랫폼 합작사를 통해 내년 상반기 간편송금, 간편결제,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SK텔레콤과 500억 원의 자본금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각각 51%, 49%비율로 출자하고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합작사를 통해 생활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동안 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체결한 합작투자 계약을 두고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준비 중인 서비스 내용이 인터넷전문은행 서비스 영역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또 정황 상 인터넷전문은행 준비단계와 동일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소자본금은 500억원으로 두 회사가 초기 투자하는 비용과 일치한다.

즉, KEB하나은행이 원큐뱅크 등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확보한 상황에서 추가로 500억원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게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 경쟁사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꾸려 인터넷 전문은행을 준비 중인 점도 하나금융에게 초조함을 안겼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에 진출하려다 실패한 SK텔레콤도 하나금융과 손잡으면 KT 등 경쟁사 신사업 진출을 방어할 수 있어 결국 하나금융과 SK텔레콤 모두 상생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이 오랫동안 서로에게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오며 동맹관계를 유지한 만큼 두 기업이 이번 플랫폼 사업으로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금융과 SK텔레콤의 동맹관계는 지난 2003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이 SK㈜ 경영권을 노릴 때 최태원 회장의 우호주주를 자청해 경영권 방어에 큰 역할을 했고, 주채권인 하나은행이 SK네트웍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돈독한 관계를 굳히게 됐다.

지난 2010년 두 회사가 공동으로 '하나SK카드'를 설립했으나, 외환카드와 통합작업으로 SK텔레콤의 지분이 크게 줄었다. 이후 SK텔레콤의 하나카드 잔여 지분 매각설이 계속 제기됐지만 여전히 지분을 유지하며 비즈니스 동반자 관계를 유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KEB하나금융은 간편결제나 모바일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를 SK텔레콤 플랫폼으로 제공해 고객 기반을 넓힐 수 있고, SK텔레콤도 자사 고객에게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서 서로 윈윈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