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및 매각주관사, 매각공고 내고 인수의향서 접수 시작박 회장, 사재 1100억 출연한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포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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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기 위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자금조달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결과이며, 그만큼 인수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매각공고가 이뤄지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본인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하지 않고 행사할 예정이다.

     

    당초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 최대 관심사는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여부였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향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인수희망자의 입찰가격을 박 회장이 똑같이 제시할 경우 우선적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인수희망자가 7000억원을 써냈다면, 박 회장은 같은 금액에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는 것이 순리이고, 순리대로 하기 위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회장은 2012년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할 때 금호석유화학 보유 지분을 매각해 금호타이어에 1100억원을 출자했다. 11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면서 채권단으로부터 확보한 우선매수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를 금지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즉, 지난해 금호산업을 되찾아올 때 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자금을 조달하거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계열사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오로지 박 회장 개인에 대해서만 우선매수권이 부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논란의 여지도 있다. 법적인 해석에 있어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SPC이든 결국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가 관건이다.

     

    평소 정재계와 문화계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박 회장은 이번에도 자신을 도와줄 백기사가 다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룹에서도 당장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준비할 것이란 입장이다.

     

    매각 이슈가 부각되면서 금호타이어 주가는 최근 들어 올랐다. 9000원대를 오락가락하던 주가는 9월 들어 1만1000원대까지 뛰었다. 매각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42.1%(6651만주)이다. 지난 19일 종가 1만1350원을 기준으로 약 7500억원에 이른다. 최근 급등하기 전 9000원대로 계산하면 6000억원에 불과하다. 6000억~7500억원에 이르는 현 시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업계에서는 최대 1조원까지 입찰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금액이 722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금호타이어의 가치는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

     

    어찌됐든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금호타이어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든든한 우군이 많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인수금액이 1조원까지 치솟을 경우 박 회장으로서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승자의 저주를 맛본 경험이 있고, 그로 인해 그룹 전체가 크게 흔들린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금호타이어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는 이날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한다.
     
    인수희망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을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숏리스트를 추리고 예비실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11월에 예비입찰을 거쳐 예비입찰자를 선정한다. 예비입찰자들은 정밀실사를 진행한 후 내년 1월께 본입찰에 참여하는 일정이다.
     
    채권단은 내년 2월 내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3월쯤 본계약을 체결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최종적으로 내년 상반기 중에 매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