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면세점을 찾고 호텔 사업을 키워라" 주문
경쟁업체 중 유일한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
경쟁업체 중 유일한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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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각 기업의 오너가 직접 나섰다. 이번 면세점 3차 대전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 SK네트웍스, HDC신라 등 국내에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전했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서 누가 최후에 승자가 될까? <면세점 3차 대전>에서 이들의 장·단점을 해부한다.
"빼앗긴 면세점을 찾고 호텔 사업을 키워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지난 9월 워커힐 투자계획을 논의하는 이사회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면세점 부활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최신원 회장 머릿속에 그려놓은 장기적인 그림에 면세점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회장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이유는 지난해 워커힐면세점이 특허 갱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진행된 PT(프레젠테이션)를 마무리한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했다"라고 자신했지만,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SK네트웍스가 이번 면세점 특허 획득에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이유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가 내놓은 워커힐 면세점은 경쟁사들과 달리 강북권에 있고 면세점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SK네트웍스가 면세점 후보지로 내놓은 곳은 지난 5월까지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다 폐점한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이다.
이곳은 다른 후보지처럼 쇼핑형 면세점이 아닌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으로 성격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경쟁사인 롯데, 현대, 신세계, HDC신라면세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면세점이라면, 워커힐 면세점은 호텔을 찾는 고객들이 주 타겟층이다.
이러한 워커힐의 특징은 지난해 매출에서도 알 수 있다. 워커힐의 작년 총 매출액은 2874억원으로 이 중 78%인 2254억원이 중국인 관광객에서 나왔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비중도 9:1을 기록해 사실상 현지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매출이 발생했다. 롯데의 경우 온라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3%, 신세계의 경우 온라인이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최신원 회장은 이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면세점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워커힐면세점은 국내 유일의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자 유커(중국 관광객) 유치를 선도해온 가치 있는 곳"이라고 워커힐 면세점에 대한 자긍심을 내비쳤다.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투자 금액 총 6000억원을 워커힐면세점에 투자한다. 이 금액은 워커힐 리조트 스파 조성, 각종 시설 투자 및 운전 자본, 관광 인프라 확충 그리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쓰일 예정이다.
2014년부터 2015년에 걸쳐 시행된 확장 공사 비용 1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7000억원이 이번 면세점 특허 획득에 투자되는 셈이다.
면세점 규모 역시 2배 이상 커졌다. 기존 2280평 남짓의 특허면적 속에서 1660평 크기의 매장을 운영했던 워커힐면세점은 현재 리모델링을 완료해 총면적 5513평 (1만8224㎡), 순수 매장면적 4330평(1만4313㎡)의 규모를 갖췄다.
다른 면세점으로 이직하지 않은 직원들의 고용도 지난 5월 특허 종료 이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최신원 회장이 면세점 특허 획득을 자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 관광 쇼핑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SK그룹에게 워커힐이 매우 특별한 곳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워커힐은 최종건 SK그룹 창업 회장이 1973년 생전 마지막으로 인수하고 거주했던 곳으로 이곳의 면세점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최신원 회장은 "워커힐에서 아차산과 한강을 바라볼 때면 선친께서 이곳을 통해 품으셨던 국가 관광산업 발전의 꿈이 느껴진다"며 "지난해 말 면세 특허를 잃은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공격 경영으로 정면 승부하라'고 강조하셨던 선친의 말씀을 되새겨 어떤 사업자보다도 경쟁력 있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면세점으로 특허 획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워커힐 폐점 이후 고용불안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도 SK네트웍스에는 호재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SK네트웍스 측은 워커힐면세점이 특허 재취득에 성공하면 특허상실 이후 겪고 있는 구성원 고용불안, 상품재고, 계약을 맺었던 중소업체 피해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100여명에 직원을 폐점 이후에도 고용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워커힐 면세점은 본사 직원 200여명과 협력사 인원 700여명으로 꾸려졌다. 폐점 이후 협력사 인원이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본사 직원을 고용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 회장이 직접 직원들을 찾아 독려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한 그룹의 오너가 현장직원들과 만나 면세점 부활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다는 것은 직원들의 사기와도 연결돼 강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면세본부를 방문해 사업계획서 준비 및 브랜드 유치 등을 위해 근무 중인 구성원들에게 "우리는 지금 '워커힐면세점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느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지난 24년간 그래왔듯이 국가관광산업 발전의 선봉에 선다는 자신감과 사명감을 갖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워커힐면세점을 반드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와 특허획득에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주변 쇼핑몰과 시너지를 내기 어렵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경쟁업체와 비교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경쟁사들은 유동인구 많은 곳에 면세점을 입점시켜 주변 쇼핑 시설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지만, 워커힐의 경우 호텔 및 카지노를 방문한 고객이 주 고객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서 열세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명품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24년간 면세점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세계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은 물론 프라다, 셀린, 보테가 베네타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도 유치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24년간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면서 노하우를 쌓은 것은 맞지만, 현재 트렌드와 다른 구시대적 면세점"이라며 "다른 쇼핑 시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소가 없는 자신들만의 면세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오랜 기간 면세점을 진행했음에도 명품 브랜드 유치가 전무하고 시계 특화매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이미 롯데면세점 소공점, 신라면세점 등에 모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이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현재 경쟁업체들은 비슷비슷한 형태로 면세점 사업 계획안을 내놓고 있지만, 워커힐면세점은 이들과 달리 명품 관광을 오는 고객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랜드마크가 될 리조트 스파를 만드는 등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한편 관세청은 향후 관할 세관의 서류 및 현장실사,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대기업 사업자 3곳, 중소·중견 기업 1곳의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법규준수도, 재무건전성,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기업이익 사회환원 정도 및 상생협력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