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원 투자해 코엑스 일대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 박차 지하철 노선 2개, 48개 버스 노선 등 인접성 좋아
  •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을 따내기 위해 각 기업의 오너가 직접 나섰다. 이번 면세점 3차 대전에는 롯데, 현대, 신세계, SK네트웍스, HDC신라 등 국내에 내로라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참전했다.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에서 누가 최후에 승자가 될까? <면세점 3차 대전>에서 이들의 장·단점을 해부한다.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와라"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이 면세점 특허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본부세관을 찾은 이동호 현대백화점 대표에게 전한 말이다. 

    정 회장이 이번 면세점 유치에 어느 정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번 면세점 특허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 중 유일한 신규 사업자로 정부 취지에 가장 부합한 곳으로 꼽힌다.

    관세청은 이번 신규 면세점 입찰 취지 중 하나를 새로운 사업자 진입 통한 선의의 경쟁 촉발로 밝힌 바 있다. 

    현대백화점이 이번에 면세점 입지로 선정한 곳은 지난해와 같은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현대백화점이 이번 면세점 특허 획득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는 점도 면세점 유치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5년간 300억원을 투자해 코엑스 일대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강남구청, 한국무역협회 등과 '강남구 관광 발전 및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 발전을 위한 MOU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문 앞 광장에 한류 스타를 테마로 한 1000㎡(303평) 규모의 '강남돌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아이돌 조형물을 설치해 포토존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대백화점은 중국 현지 상위권 17개 여행사와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 한국 유치'를 골자로 한 MOU 체결, 대형버스 460여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등 면세점 사업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운 무역센터점도 리모델링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면세점 특허 당시 2개 층 (약 1만㎡)보다 약 17%가량 늘어난 3개 층 (8~10층)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현대백화점의 공격적 투자는 정 회장의 결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2월 프리미엄 아울렛 김포점을 비롯해 올해 3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 4월 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9월에는 여의도에 서울 최대규모 백화점 오픈 계획 발표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영역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 회장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며, 유통채널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며 "현대백화점이 유일하게 가지지 못한 채널이 면세점인 만큼, 그룹적 차원의 막대한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면세점을 유치해야 유통채널로써 방점을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 ▲ 현대백화점 전경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 현대백화점 전경 ⓒ현대백화점 홈페이지


    현대백화점이 꼽은 자신들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다. 실제로 무역센터점이 있는 삼성동 일대는 지하철 노선 2개(2·9호선), 48개 버스 노선, 공항 리무진(5개) 및 강남 투어버스 등과 연결돼 있다. 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고속철도(KTX) 등 6개 철도 노선 신설도 예정돼 있어 인접성이 뛰어나다.

    '현대자동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개발 계획도 예정돼 향후 막대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580만명이었던 강남구 외국인 방문객 수는 오는 2022년 1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가장 큰 장점은 면세점의 위치"라며 "주변에 편리한 대중교통 시설이 있어, 단체 관광객뿐만 아니라 코엑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를 보기 위해 찾은 개별 관광객도 흡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1차 면세점 입찰에서 7개 기업 중 최하위를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을 전반적으로 수정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달리 단독 법인으로 참여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입찰에 참여한 현대 DF는 현대백화점과 한국 무협협회가 공동으로 출자한 한무쇼핑, 모두투어가 지분을 각각 20%, 17% 나눠 가지는 방식이었다. 

    이번에 현대백화점은 합작 법인 대신 사업 전반을 구상할 수 있는 '단독법인'으로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자본금 100억원에 현대백화점이 지분 100%를 보유한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려면 '단독법인'이 유리하다는 정지선 회장의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 ▲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사진 오른쪽)는 지난달 4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직접 방문해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
    ▲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사진 오른쪽)는 지난달 4일 오전 9시경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직접 방문해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


    그러나 이번 면세점 입찰에 범 현대家인 HDC신라면세점도 참여해 둘 중 한 곳은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HDC신라면세점은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손잡은 합작회사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정지선 회장의 오촌 당숙이다. 
    면세점 위치 역시 직선거리로 불과 500m 안팎에 위치해 있다. 

    둘 중 한쪽은 탈락의 쓴잔을 마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면세점에 입찰한 기업 중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면세점 둘 중 한 곳은 떨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라며 "한 지역에 면세점이 들어 다는 것은 곧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이러한 면세점 사업을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업자에게 모두 주면 당연히 경쟁사들이 반발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은 향후 관할 세관의 서류 및 현장실사,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 오는 12월 대기업 사업자 3곳, 중소·중견 기업 1곳의 사업자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평가 항목은 법규준수도, 재무건전성,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기업이익 사회환원 정도 및 상생협력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