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전략사업 집중 육성, '삼성-LG' 전장사업 경쟁 심화"美 '전장전문기업' 하만 9조3천억 인수…내년 3분기 마무리"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취임한 후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 전장부품이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사업방향에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전장전문기업인 하만(Harman)의 인수를 의결했다. 하만은 커넥티트카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으로 인수 총액은 80억달러(9조3338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삼성전자는 자율주행차량용 반도체 개발, 자동차용 LED 신규 라인업 출시,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지분투자, 피아트크라이슬러 자동차부품 M&A 추진,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등 핵심 전략사업으로 전장부품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왔던 삼성전자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에서 강점을 보이는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만, 전장부품 20년 역사…근무인력 3만명

    1956년 미국에서 설립된 하만은 인포테인먼트, 카오디오 등을 포함한 전장사업과 컨슈머 오디오, B2B용 음향·조명기기, 기업용 S/W 및 서비스 사업을 병행하는 전문 IT기업이다. 

    하만에 근무하는 인원은 총 3만명으로 미국 , 멕시코, 브라질, 헝가리, 독일, 중국, 인도 등 10개국 19개 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장사업은 9개 공장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70억달러, 9억달러로 영업이익률은 9%에 달한다. 특히 전장사업이 매출의 65%를 차지하고 240억달러의 수주잔고를 보유할 정도로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업계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만의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와 카오디오 점유율는 세계 1위로 각각 24%, 41%를 기록하고 있으며, 텔레매틱스 점유율은 10%로 LG전자에 이어 2위에 랭크 중이다. 하만은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와 함께 뱅앤올룹슨, 바우어앤윌킨스 등 명품 카오디오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삼성, 전장사업 본격 확대…계열사간 협력 강화

삼성전자는 이번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의 성장세를 기록 중인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자동차가 지능화, 네트워크화 되며 자율주행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들은 개인화된 서비스, 업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만 인수는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경쟁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하만이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정부기관, 하만 주주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3분기까지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인수 이후에도 삼성전자 자회사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신성장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계열사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LG, 전장사업 경쟁 심화…미래먹거리 확보 집중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에 속도를 내며 LG전자와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부품 사업을 집중 육성 중인 LG전자는 AV, 내비게이션, 텔레매틱스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22%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LG전자 전장부품 사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LG화학,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LG CNS 등은 그룹 신성장사업추진단의 지휘아래 전장부품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가 사실상 전기자동차의 모든 부품을 한 번에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는 VC사업본부 내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등 차량용 부품 소프트웨어 역량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업체의 높은 기술요구 수준에 대응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역량 내재화에 열을 올리는 등 기술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대규모 M&A를 통해 전장부품 사업 경쟁력을 확대하며 두 회사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당장은 LG전자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삼성전자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격차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