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그룹 총수 참고인 조사 망신…"기업 '몸 사리기' 나설 듯""순수 지원 불구 '의혹' 확산…이미지 실추 등 2차 피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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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진 7대 그룹 총수가 검찰에 잇달아 소환되며 기업의 기부문화에 적신호가 켜졌다.청와대를 모금책으로 활용한 비선 실세와 측근들의 비리로 곤욕을 치루게 된 기업들이 기부를 자제하는 등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재계서열 1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기부금은 4464억원에 달한다.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12일부터 양일간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7대 기업 총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검찰에 소환된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다.수사본부는 기업 총수들을 상대로 지난해 7월 박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이 이뤄진 경위와 당시 대화 내용,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자금을 출연한 이유 등을 확인했다. 또 두 재단에 출연한 자금이 박 대통령 면담의 영향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글로벌 문화교류 행사와 문화 창조기업 육성 사업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문화재단 미르는 16개 그룹 30개 기업으로부터 486억원을, K스포츠재단은 49개사에 288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총수들에게 재단의 설립 취지를 설명하며 자금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문제는 울며 겨자먹기로 거액을 출연한 기업들이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기부행위를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압박에 자금을 출연한 기업들이 과도한 피해를 입으며 기부행위 자체를 자제할 수 있다.대통령과 면담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기업들의 피해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갈취당한 것도 모자라 압수수색에 총수 검찰 조사까지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설립을 인가한 재단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총수를 검찰에 소환하는 행위는 향후 기업들의 기부문화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의 기부행위가 축소될 경우 정작 무고한 재단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미지에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어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오해를 철저히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