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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의 계열 증권사 키우기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주의 막강한 자본력이 증권업 육성에 투입되고 있는데, 그동안 증권사들이 계열사 중 캐시카우로서의 믿음을 심어준 결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신한금융투자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완료하고, 증자를 바탕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 신청을 앞두고 있다.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늘어난 실탄을 효율적으로 쏘기 위한 논의도 진행했다.
업계는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것과 맞물려 신한금융투자도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설립해 수익률 극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수년간 지주에 증자를 요청해왔지만 지난해까지는 비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증권업계가 전반적으로 '대형화', '규모의 경제'가 트렌드로 인식되며 대형사들이 잇따라 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금융투자 역시 자기자본 확충에 대한 필요성을 지주 측에서도 공감하기 시작했다.
특히 강대석 사장이 2012년 취임 이후 약 5년 동안 신한금융투자의 실적을 끌어올리며 지주의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기반을 먼저 만들어 놓은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가기 위해선 대형화가 꼭 필요하다"는 요청을 지주가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라이벌 KB금융이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KB투자증권을 프라임브로커로 성장시킨 점도 신한금융지주를 자극했다.
KB금융의 경우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KB투자증권과 합치며 탄생할 KB증권을 단숨에 자기자본 3조9000억원 규모의 업계 3위(예정) 회사로 키웠다.
KB금융은 3분기 눈에 띄는 실적 향상을 이뤄낸데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신한금융을 추월할 만큼의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비은행, 특히 증권부문의 성적이 매년 아쉬움으로 남았다.
통큰 베팅으로 현대증권을 품은 만큼 내년 KB증권의 활약을 기대하며 아킬레스건을 지우겠다는 각오다.
NH농협금융지주도 NH투자증권 키우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미래에셋대우의 등장으로 업계 순위가 밀려난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자기자본 4조5000억원 수준의 NH투자증권이 여전히 자기자본 확충 가능성이 열려있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NH농협지주의 유일한 캐시카우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을 비롯한 NH농협금융지주의 자회사들이 잇따라 비경경영 체제로 돌입한 상태로 수익성 악화에 고심이 깊은 반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2조원 이상, 올해 상반기 1312억원의 누적순이익을 내며 계열사 중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순이익 기준 지난해 1위 메리츠증금증권을 제치고 다시 업계 1위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원규 사장은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해 현재까지 NH투자증권을 이끌고 있으며 김 사장의 공에 대해 NH농협금융지주가 크게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주측의 설명이다.
NH농협금융지주와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확충에 대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200조원의 힘을 가진 NH농협금융지주가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NH투자증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