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재 육용오리 53·산란계 27농가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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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리농가 방역.ⓒ연합뉴스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국내로 새롭게 유입됐다고 방역당국이 추정하는 가운데 급속 확산의 배경으로 오리농가의 열악한 사육환경이 지목되고 있다.
오리농가에서의 발병이 최적화된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발 AI가 국내 오리농가에서 확산한 뒤 예방적 도살처분을 통해 닭 사육농가에서 피해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일까지 집계된 고병원성 AI 발생 농가는 전국에서 총 127농가로 늘었다. 육용오리 59농가, 산란계(알 낳는 닭) 38농가, 씨오리 15농가, 토종닭 5농가 등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8곳, 충북 5곳, 전남 4곳, 충남 2곳, 전북 2곳, 세종 1곳, 강원 1곳 등 7개 시·도, 23개 시·군에서 AI가 발생했다.
전체 발생농가의 76%를 차지하는 육용오리와 산란계 농가를 비교하면 육용오리 농가가 1.6배쯤 많다.
나흘 전인 지난 8일 기준으로는 AI 양성 판정 농가 105곳 중 육용오리와 산란계가 각각 53농가와 27농가였다. 육용오리 농가 발생이 산란계 농가의 2배에 육박한다.
반면 피해 규모는 오리농가보다 산란계 농가에서 훨씬 크다. 11일 현재 도살 처분한 오리는 133만3000마리인데 비해 닭은 677만9000마리로, 5배 이상 많다. AI 확산에 따른 예방적 도살처분으로 닭 사육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보인다.
AI 전문가들은 닭 사육농가보다 열악한 오리농가의 사육환경이 급속한 AI 확산의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방역당국 설명대로 철새에 의해 새로운 유형의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될 순 있지만, 급속한 확산에는 사육환경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AI 전문가는 "H5N6형 바이러스는 2014년께 중국 등에서 유행했는데 주로 오리농장에서 발생이 잦았다"며 "국내도 오리 사육환경이 닭보다 열악하다 보니 발병 여건은 오히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5~6년 전만 해도 논바닥에 달랑 비닐하우스만 치고 오리를 기르는 농가가 전체의 70~80% 수준이었다"며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는데 여전히 절반쯤의 농가는 사육환경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새가 먹이를 찾으러 논에 많이 오면 바이러스 접촉·전파 기회가 많아지고, 비포장 농로는 소독을 해도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른 AI 전문가는 "시설이 좋은 곳은 좋다.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오리는 물을 좋아하는 습성상 닭보다는 사육환경·시설이 추가로 필요한 데 한국오리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소규모 농가는 사육환경이 열악한 곳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도 "씨오리는 거의 없지만, 소규모 육용오리 농가는 여전히 무허가 비닐하우스 사육이 이뤄지는 실정"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2018년 3월까지는 이런 무허가 사육농가를 근절한다는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AI 발생 시기와 유형을 볼 때 우리나라와 같은 발생 선상에 있는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피해 규모가 적은 것도 사육환경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전문가는 "중국과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의 특징은 오리를 많이 기른다는 것"이라며 "열악한 사육환경 탓에 오리농가에서 발병이 최적화된 AI 바이러스가 철새 등에 통해 국내에 유입된 후 역시 사육환경이 안 좋은 오리농가에서 확산하고, (예방적 도살 처분을 통해) 닭 사육농가에서 피해가 커지는 구조"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리협회 관계자는 "과거 사육 마릿수가 늘고 호황일 때 기존 비닐하우스를 활용해 논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개인적으로 소규모 사육하는 분들은 (예전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