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 지연 공시'로는 보기 어려워…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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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약품의 미공개 정보 주식매매 의혹 사건을 두 달 간 수사해온 검찰이 이미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매해 부당이득을 챙긴 45명을 적발, 1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가운데 4명은 구속기소했다.

    이에 대규모 성과에도 불구하고 불법 공매도 세력의 실체나 뚜렷한 혐의는 규명이 덜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한미약품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임원 황모(48세)씨 등 4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2명은 불구속 기소하고 11명은 벌금형으로 약식기소 했다.

    검찰은 미공개 정보의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인 25명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이들은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업체와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는 '호재성 정보'와 독일 제약업체와 계약한 기술수출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정보'가 공시되기 전인 올해 9월 말에 이 정보를 미리 확인했다.

    이후 이들은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고팔아 총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한미약품 주식은 9월 29일 종가가 62만원이었지만, 30일 최고가 65만4000원을 기록한 뒤 30일 종가 기준 50만8000원으로 떨어졌다.

    한미 임원 황씨는 수출계약 체결과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달해 35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4억9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도록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김모(31)씨 등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직원 3명은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전하고 직접 주식 매매를 해 72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하고 47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보령제약 법무팀 김모(52) 이사는 황씨로부터 계약 파기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18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3억4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이외에도 개인투자자와 한미 약품 직원 등 20여명이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많게는 1인당 5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0월 금융위원회의 긴급 수사 의뢰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한미약품 사무실과 관련 증권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 200여명을 조사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 미공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9월 29일 호재 공시 직후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매도세가 집중돼 주가가 소폭 상승에 그친 점, 다음날인 악재 공시 전 매도 수량이 많이 늘어났다가 장 개시 직후부터 매도 수량이 하락하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검찰은 올해 7월부터 내부 직원 사이에서 독일 업체와의 계약 파기 가능성이 언급됐고 9월 28일부터 법무팀과 업무 담당자들이 동료와 지인에게 전화와 메신저 등을 이용해 악재 정보를 전파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 직원과 기관 투자자 간 직접 미공개 정보를 전달하고 공유하는 등의 불법 공매도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한미약품이 악재 정보를 장 개시 후인 오전 9시 29분 공시한 것을 '의도적 지연 공시'로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회장이 개장 전에 공시를 지시한 사실과 오너 일가와 공시담당 임직원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주식 매도 내역 등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검찰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미공개 정보이용 범죄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며 "철저한 환수 조치와 과징금 부과 대상인 2차 이상 정보 수령자에 대한 금융위원회 통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