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정부 규제도 버거운데"…하우스푸어 악몽 재현될 수도건설업계 "주택 부진 자명…자금조달에도 어려움 겪을 듯"
  • ▲ 국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뉴데일리경제 DB
    ▲ 국내 한 시중은행 대출상담 창구. ⓒ뉴데일리경제 DB


    우려했던 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내년도 부동산시장 악재 중 하나로 거론되던 금리인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국내 금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장에서는 금리인상에 따른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건설업계도 주택사업 등에서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14일(현지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p 상향한 0.50~0.75%로 결정했다. 연준은 또 이번 금리 인상 외에 내년 세 차례, 2018년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긴축을 가속화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금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는 전날 열린 본회의에서 13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와 경기 둔화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일단 연 1.25%로 동결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앞서 대출금리를 올린 상태인 만큼 추가적인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미국 금리 인상 이전부터 금리를 올리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대출 조이기에 들어가자 은행들도 이에 맞춰 금리를 인상했다. 또 국내외 정세 불안정성 확산으로 경기 침체가 관측되면서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위축되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의 매수심리가 더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게다가 내년부터 잔금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까지 적용돼 수요자들의 주택구입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은 예고된 악재 중 하나였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 등의 방식으로 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를 선반영한 측면이 있고, 국내 경제 침체와 위험도가 심각해 즉각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내수경기 부진으로 부동산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특히나 금리 인상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빚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하우스푸어'의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우스푸어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생각에 과도한 대출을 받아 집을 샀는데 금리 상승, 집값 하락으로 빚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2012년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추락, 전국적으로 100만여가구의 하우스푸어가 발생한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인포 조사 결과 내년 1분기 입주 예정인 아파트 단지 가운데 대구, 경남 창원 등 지방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케이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 한국금융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1864만가구 중 주택대출금이 집값의 60%에 금융자산을 더한 금액보다 많은 가구가 37만6000가구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0% 이상인, 즉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60%를 넘기는 가구가 10만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현행 3%에서 4%로 오르면 실제 소비자 이자부담은 30%가량 상승한다"며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때 높아진 대출금리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이 나오고, 이 때 시장이 침체돼 처분에 어려움을 겪어 대출 상환 악순환에 빠지면 결국 하우스푸어나 렌트푸어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던 건설업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수주 절벽으로 손실이 큰데다 가뜩이나 위축된 주택시장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분위기와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주택시장의 특성상 국내 금리마저 오르게 되면 분양 열기가 확 꺾일 것"이라며 "얼마 전까지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힘 쏟다가 몇 달 만에 대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을 짓누르니 건설사로서는 내년도 분양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할 지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도 "주택시장과 금리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 추가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지역별로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내년 신규분양사업 계획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택 사업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에도 적잖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은 대체로 'A' 안팎이다. 과거 'A'등급은 글로벌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매번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금융시장 충격과 실물경기 부진에 따라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수준인 것이다.

    특히 건설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162.7%로, 업종별로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유동성 축소, 차입금 상승 우려가 더해지는 만큼 대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높은 이자비용을 추가하면 유동성에도 꾸준히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채가 적은 건설사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범정부 비상경제 대응 TF' 회의를 열어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동향을 점검하고 부처별 민생현안 및 대응계획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부 측은 "미국의 금리인상 결정 이후 시장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대내외 경제여건이 비상경제 상황이라는 엄중한 인식 하에 범정부 TF 등을 통해 금융·실물경제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장 불안 등 이상징후 발생시에는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