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리스트 등재 중국 업체 이스라엘 트램 계약 무산글로벌 시장서 중국 CRRC에 대한 제재 목소리 커져현대로템, 사업 수주 경험·현지 공장으로 경쟁력 높여
  • ▲ 현대로템이 납품한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현대로템
    ▲ 현대로템이 납품한 폴란드 바르샤바 트램 ⓒ현대로템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자 중국 국영 철도 차량 제조사 창춘궤도열차(CRRC)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글로벌 철도 수주 실적을 보유한 현대로템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 재무부는 지난 11일, 민관협력 형태의 Jtrain 컨소시엄과 중국 CRRC의 예루살렘 트램 블루라인 사업을 최종 계약 단계에서 무산시켰다.

    사업 체결을 앞두고 이스라엘 정치권 내에서 CRRC의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Entity List) 등재 사실 등을 이유로 안보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예루살렘 블루라인 경전철 프로젝트로, 당초 폴란드 철도 업체가 6500억 규모의 트램을 공급하려 했으나 대외 정세 변화로 인해 프로젝트에서 철수해 새로운 공급자를 찾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프로젝트를 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지난달 컨소시엄에 사업 계약을 제안한 현대로템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월 모로코에서 2조2027억원 규모의 2층 전동차 공급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 신뢰성과 기술력을 통해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CRRC의 미국 내 입지가 좁아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점도 현대로템의 사업 기회 확장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CRRC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엔티티 리스트에,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공산당 군사 기업(CCMC)’에 2020년부터 각각 포함돼 있다.

    엔티티 리스트 등재로 미국산 기술과 부품의 수출이 제한되며, CCMC 지정은 미국인의 해당 기업 투자 금지와 연방 정부의 계약·보조금 참여가 배제된다.

    더불어 저가 수주 전략으로 미 철도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해온 CRRC는 차량 품질 불량과 납품 지연 등 문제가 잇따르며, 중국산 철도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펜실베이니아주 남동부 교통당국(SEPTA)은 납기 지연을 문제 삼으며 2017년 CRRC와 맺은 1억8500만달러 규모의 2층 전동차 45량 도입 사업 계약을 취소했다.

    또한 2014년에 수주한 보스턴 매사추세츠만 교통공사(MBTA) 전동차 404량 사업도 탈선과 부품 누락, 제동 장치 조립 불량 등 차량 출고가 예정보다 7개월 늦어져 사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미 교통부 감사관실은 CRRC가 부품 70%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하고, 최종 조립도 미국에서 완료해야 하는 ‘바이 아메리카 법(Buy America Act)’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현대로템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에서 탈중국 기조가 확연해지자 꾸준한 글로벌 사업 수주 실적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노후화된 교통 인프라로 인해 매년 평균 200조원이 넘는 공공 및 민자 투자가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트로에 약 8688억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과 매사추세츠주 교통공사 2층 객차 추가 공급에 약 2400억원 계약을 체결하며 북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작년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지역에 부지와 건물을 매입해 현지 생산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2009년 필라델피아 조립공장 이후 세워지는 현지 공장은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회사는 현지에서 전동차 전장품을 생산해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따르며 북미 시장의 열차 수요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존 미국 사업을 수행하며 차량 품질과 사업 역량을 입증했으며, 미국에는 아직도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동차 교체 수요를 공략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