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철근콘크리트協, 민노총 건설노조 지부에 공문"부당 요구 등 불법 행위 중단해 달라" 요청노조, "법에 따라 현장 철저히 살피겠다" 협박성 답변
  • 아파트 건설 현장ⓒ뉴시스
    ▲ 아파트 건설 현장ⓒ뉴시스
    건설노조들의 불법 일탈 행위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특별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의 한 건설사 협의체가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지부에 불법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가 도리어 협박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 당국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건설노조들의 협박과 횡포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노조들이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선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1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경북 철근콘크리트구조물공사전문건설업 대표자 협의회(이하 철콘 협의회)는 건설노조 불법 행위에 대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달 11일 대구경북건설노조 지부에 "특정 노조원 고용 압박 등 부당 요구 중단과 재발 방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철콘 협의회는 "노조 측은 경쟁 단체나 비노조 사업자의 장비 사용을 못하도록 압박하지 말고 특정 노조원들의 장비를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며 "노조의 이익 관철을 위해 불법적으로 공사를 방해하고 차량 등을 동원해 현장 진입을 방해하는 등의 부당 행위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협의회 측은 노조 측에 ▲부당한 공사 지연 중단 ▲건설기계 대여 비용 및 단가 담합 중단 ▲기타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 및 형사상 모든 불법 행위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협의회 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기계 소유자나 건설기계 대여 업자들을 '사업자'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사업자와 노동자(노조) 간이 아닌 동등한 (사업자)입장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단가를 정하고 모든 계약을 진행하길 바란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28일 공정거래법상 사업자 단체 금지 행위를 한 부산건설기계지부(노조)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1억 원을 부과했다. 건설기계 소유자나 건설기계 대여 업자를 '사업자'로 판단해 공정거래법과 건설기계관리법을 적용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 대구경북건설노조 지부가 지난달 19일 대구경북 철근콘크리트구조물공사전문건설업대표자 협의회에 회신한 공문
    ▲ 대구경북건설노조 지부가 지난달 19일 대구경북 철근콘크리트구조물공사전문건설업대표자 협의회에 회신한 공문
    노조, "법이 규정한 대로 철저히 살피겠다" 경고성 협박

    이같은 철콘 협의회의 요청에 대경건설기계지부(이하 노조)는 즉각 보복 행위를 암시하는 공문을 보내 응수했다.

    노조 측은 공문 발송 1주일 만인 지난달 19일 "철콘 협의회의 공문은 일방적인 통보"라며 "법규에 맞춰서 앞으로 대응하겠다는 철콘 협의회 결정에 대해 지부(노조)도 법이 규정한 대로 현장에서 철저히 살펴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설사들이 본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압박할 경우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법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해 보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다만, 노조 측은 "타 시도에 비해 수십 년간 장비료 인상을 못한 실정에서 철콘 협의회와 (정당하게)부속비‧인건비‧보험료 인상 등을 진행한 것"이라며 "조합원들이 힘든 부분을 지켜볼 수 없어 여러 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장비료 단가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철콘 협의회의 협조를 당부한다"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건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노조의 답변 내용에 대해 결국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과거처럼 협박과 강요 행위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조의 공문 내용은)건설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점들을 빌미로 압력을 가하겠다는 뜻으로 노조원들은 당국에 신고를 하거나 고발하는 등의 조치로 건설사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고의성이 없는 실수나 사소한 위법 행위들도 처벌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이번 집중 단속이 노조들의 불법 행위를 근절하지 못한다면 향후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는 만큼 성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건설 업계도 이번 단속을 계기로 자정 노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보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불법 행위들을 발본색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단속 강도 높이는 경찰...서울경찰청, 건설현장 15곳 우선 수사

    경찰은 건설노조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8일 단속에 돌입한 이후 186건, 929명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이 가운데 126명을 형사 입건한 경찰은 전국 건설 현장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서울 구로구 고척동 아이파크,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서초구 신반포 재개발 아파트 등 서울지역 건설현장 15곳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각종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해당 건설사와 현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피해 사례를 파악하는 등 노조들의 불법행위를 촘촘히 살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특별단속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경우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보다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업계도 적극적인 신고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