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선제적 살처분 위해 기동방역타격대 운영지자체, 양성농가 기존 살처분만도 버거워… 달걀값 오름세에 "버티자" 분위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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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을 막고자 발생지역 주변에 대한 예방적 도살 처분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살 처분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AI 기동방역 타격대'를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예방적 도살 처분이 농가의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우후죽순 터지는 AI에 지방자치단체로선 양성 농가에 대한 도살 처분만도 급급한 실정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AI 위기경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올림에 따라 방역 조처도 강화하기로 했다. AI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선 신속한 도살 처분이 중요하다고 보고 긴급행동지침(SOP)보다 강력한 조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AI 발생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 관리지역은 주변 농장의 가금류와 알에 대해 원칙적으로 도살·폐기 처분한다는 방침이다. 500m~3㎞ 보호지역에 대해서도 발생 우려가 있는 농가에 대해 예방적 도살 처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농가에서 조기 출하나 수매, 도태를 원하면 적극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조처는 강제·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정부는 500m 이내 관리지역에 대해 도살 처분이 원칙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강력한 권고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다. 지자체 방역심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할 사항으로 지역 농가에서 반발할 경우 지자체에서 강제로 도살 처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선 500m~3㎞ 보호지역에 대해 예방적 도살 처분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맹점은 정부의 이런 조치가 보호지역 내 농가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또한, 지자체 방역 현장에선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AI에, 양성 농가 도살 처분을 진행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19일 브리핑에서 3㎞ 이내 예방적 도살 처분과 관련해 충남 천안시와 전북 정읍시에서 요청이 들어왔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천안시는 현재로선 방역심의위원회 개최 시기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천안시 관계자는 "일부 농가에서 예방적 도살 처분에 관해 묻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AI 양성 농가에 대한 도살 처분이 우선이다 보니 문의 농가에 나가볼 수가 없다"며 "19일 만해도 관내 농장 2곳에서 간이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나왔고 도살 처분도 5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발생 농가 주변 500m 이내 농가에서도 도살 처분을 꺼린다. 행정 명령을 어기면 고발될 수 있음에도 그렇다"며 "고위험 지역인 500m 이내는 보상금을 줄 때 검사결과가 음성이면 100%를 주지만, 양성이 나오면 20%를 제한다. 농가에 차라리 선제적 도살 처분 후 100% 보상금을 받으라고 설득해도 농가에서 버티면 돈을 버니까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역심의위원회를 열어 예방적 도살 처분 안건이 통과해도 중앙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신속한 도살 처분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AI 발생 시·군 처지에서는 양성농가에 대해 도살 처분하기에도 바빠 예방적 도살 처분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방역 지연을 막기 위해 기동방역 타격대를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7~18일 4개 팀 143명을 세종, 안성, 여주, 천안에 투입했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운용하겠다는 태도다. 또한, 도살 처분에 동원할 수 있는 민간 전문인력 60명을 확보했고, 매몰 작업은 군부대에서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재의 기동방역 타격대 규모로는 늘어나는 방역업무를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농가 협조로 3㎞ 이내 예방적 방역 조처가 강화되면 도살 처분 물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8일 현재 전국 22개 농가에서 242만 마리에 대한 도살 처분이 늦어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