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원동 루체하임, 호가 낮춰도 수요 없어…거래 실종개포동 블레스티지, 석달새 1억8천만원 하락"분양권 시장 침체 지속…마이너스 프리미엄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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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첨되기만 하면 억대 프리미엄을 보장하던 강남 재건축단지 분양권이 전매제한이 풀렸지만, 매수수요가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피(프리미엄이 없는 분양권)'를 찾는 수요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 이하의 매매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1·3대책 등 정부규제 강화 등 잇단 악재가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강남구 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은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 졌지만, 수요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단지는 3.3㎡당 평균 3730만원의 분양가에도 평균 41.5대 1 경쟁률로 1순위 당해지역에서 청약을 마감한 바 있어 전매제한 해제 후 분양권 웃돈이 높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아파트 중 한 곳이다.

    이 단지 분양권은 현재 전용 59·84㎡ 경우 5000만~7000만원의 프리미엄 호가가 붙은 매물이 나오고, 전용 101㎡ 이상은 프리미엄이 1억원 전후를 호가하지만 매수자가 없는 상태다.

    일원동 A공인중개소 대표는 "분양권 전매가 풀리면서 문의전화는 많이 오고 있지만, 정작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분양 당시만 하더라도 분양권을 사서 되팔고 싶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억대 프리미엄이 예상됐지만, 지금은 호가를 내려도 팔리지 않아 못 파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인근 B공인중개소 관계자도 "강남 재건축 단지라 기대했는데, 하루 종일 팔겠다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며 "어쩌다 문의가 와도 분양권이 얼마나 더 떨어질 것 같냐고 묻거나 심지어 어떤 분들은 웃돈이 없는 '무피' 분양권을 찾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강남권 분양권시장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2단지 재건축)'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 단지는 지난 3월 평균 29.4대 1 경쟁률로 성황리에 청약을 마감했고, 전매제한이 풀린 직후인 지난 10월에는 웃돈이 최대 2억원까지 붙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달 중순 전용 59㎡ 저층 분양권에 웃돈 1000만원만 얹은 거래가 이뤄졌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 결과 지난 9월 14억59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C는 이달 12억7600만원에 거래되며 1억8000만원가량 값이 떨어졌다. 전용 113㎡B는 10월 18억1260만원에서 12월 16억8200만원으로 1억3000만원이 하락했다.

    개포동 C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웃돈을 1억3000만원 전후로 부르고 있지만,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보니 웃돈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매수문의도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역시 11·3대책 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이 최고 1억원에 육박했지만, 대책 이후 7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전용 84㎡C의 경우 3월 7억430만원에 거래된 분양권이 이달 5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1억2000만원이 하락했다.

    전매제한과 청약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11·3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와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전망으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면서 분양권시장 수요도 함께 위축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분양시장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10월까지만 하더라도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단지 분양권에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2억원의 웃돈이 붙었다. 인기 단지들은 청약결과 발표일부터 억대 웃돈이 형성돼 불법 전매자 횡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1월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고 이후 국정혼라과 대출규제 등 각종 악재가 쏟아졌다. 최근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리고,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매수자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이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투기수요가 차단되면서 분양권 시장도 위축됐다"며 "내년부터 투기수요 방지를 위한 돈 줄 옥죄기도 본격화되는 만큼 분양권시장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전문가는 "부동산 규제책이 잇따라 나온 여파로 기존 재건축 아파트나 분양권 모두 완전히 거래가 끊기면서 분양권을 쥔 사람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강남 재건축 분양권에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에 매물이 나올지도 모르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