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및 리스크관리 중점
  • 대한민국 경제는 2017년에도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1300조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생존게임을 펼쳐야 하는 금융사들의 내년도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2017년 보험 업계는 새 회계기준 도입 확정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과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자본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업계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오는 2021년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회계기준을 적용하면 보험회사들은 수십조원의 자본을 쌓아야 한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했던 보험사들은 부채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게다가 저축성 보험 매출은 향후 부채로 잡혀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힘입어 4~5%대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이러한 제도 변화로 내년에는 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들은 자본을 늘려 건전성을 키우는 한편 보장성 중심의 상품 판매 전략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것이다. 

    생명보험회사 중심의 구조 개편도 예고돼 있다. 인수·합병 등으로 보험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접어든 만큼 몸집을 슬림화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내년 보험업권 주요 이슈는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 △조직슬림화 및 구조개편 △보장성상품 중심 판매 전략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전성 규제 강화... 자본확충 비상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나 후순위채 발행, 신존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이달에 15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흥국화재는 9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보험사의 자본확충 움직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말 연결 RBC(지급여력비율)제도 도입 등 외부 환경 변화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위험액을 산출했지만 연결 RBC제도 시행에 따라자회사가 지닌 리스크를 반영하게 됐다.   

    보험사들은 급리 상승 압력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 가치가 하락하고 자본비율이 떨어져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예상되자 금융감독원에서는 리스크 관리 감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에서도 내년이 위험 관리와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도입 준비와 건전성 규제 강화로 자본을 늘리는 과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구조개편 본격화... 통폐합&조직 개편 잇달아 
    올 들어 생보사들의 인수·합병이 잇달아 이뤄지면서 업계의 판도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은 최근 중국 안방보험 품에 안긴 가운데 향후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변액시장 강자인 PCA 인수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통합 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일부 보험사는 희망퇴직 및 영업 조직을 통폐화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에 나섰다. 

    신한생명은 2년만에 전직원 중 3%선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법인 전환을 앞둔 AIA생명도 희망퇴직을 통해 내년 초 조직을 정비할 계획이다. 

    주요 보험사들은 변화 대응을 위해 조직개편과 슬림화 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부서를 신설하고 영업조직은 전통채널 중심으로 통합했다. 

    보험업권에서는 본사 조직 및 지점이 축소되고 대형대리점(GA) 설계사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장성보험 중심 '내실성장' 속도 
    내년에는 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가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매출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의 약진으로 올해 3%였던 보험 매출 성장률이 내년에는 2%대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생명보험회사는 1%대, 손해보험회사는 2%대의 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이 부담으로 작용는 상황. 이에 따라 앞으로는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 전략이 주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 보험사들은 해지환급금이 낮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한 저해지종신보험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저해지종신보험을 출시한데 이어 내년 1월에는 저해지 건강종신보험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저금리 상황에서 변액보험 판매에도 열을 올리면서 내년에는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금보장 기능을 내세운 하이브리드형 변액보험, 수수료가 없는 무보증 변액연금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산업 자율화에 발맞춰 고객 니즈를 충족할만한 상품 개발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환 금융연구원 실장은 "외형 중심의 상품 전략에서 벗어나 이익 중심으로 상품 및 영업 전략을 전환할 때"라며 "손익의 예측이나 리스크관리가 용이한 구조의 상품 개발과 판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