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가계대출 관리 및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인터넷은행發 경쟁 예고…고객 중심 新서비스 출시

  • 대한민국 경제는 2017년에도 불황의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1300조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생존게임을 펼쳐야 하는 금융사들의 내년도 주요 이슈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2017년에는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및 가계부채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은행의 대출자산 증가세도 덩달아 둔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도 대출금리로 짭짤한 이자 수익을 거뒀지만 내년부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2017년 국내은행 대출자산 성장률을 3~5%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진다. 그동안 엔진을 데우며 영업 시작 채비를 마친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로 무장한 은행의 한판 승부가 예고돼있다.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경쟁 국면에 접어든 만큼 새로운 금융상품·서비스로 고객 니즈를 사로잡는 쪽이 승기를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공들여왔던 해외 진출 전략의 다변화도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지점 신설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부터는 내실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로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7년 은행산업 주요 이슈로 △가계대출 관리 △고객 중심 서비스 출시 △해외 지점 내실 다지기 전략을 꼽아 본다.

    ◆은행권, 2017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 5%로 대폭 낮춰…'돈 줄 죈다'

    국내 주요은행들은 2017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평균 5%대로 결정했다. 올해 가계대출 평균증가액은 10.6%였지만 절반 수준으로 결정한 것. 지방은행은 소폭 높은 6%대로 설정했다.

    은행들이 내년 목표 증가율을 낮춘 이유는 올해 집단대출 중심 가계대출이 대폭 늘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금융당국의 의지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앞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내년도 가계대출 관리 계획 수립시 영업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도록 시중은행장들에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고,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등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을 일제히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내년부터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잔금 대출시에도 비거치·원금분할상환 원칙이 요구돼 은행들은 대출심사와 사후관리에 있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계획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 뿐 아니라 고객이 원금을 갚을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은행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며 "가계부채로 인한 리스크가 점점 가중되고 있는 만큼 2017년에는 부채 총량을 줄이는데 방점을 찍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 ⓒ 카카오뱅크·K뱅크.
    ▲ ⓒ 카카오뱅크·K뱅크.



    ◆ 고객 니즈를 맞춰라…시중은행 vs 인터넷전문은행 대격돌 

    올해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업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 태세를 철저히 갖췄다. 

    모바일 전문은행으로 '내 손안의 은행'을 카카오·케이뱅크보다 먼저 선보였고, 멤버십 포인트를 활용해 고객 끌어 모으기에 성공했다. 모바일 플랫폼 상용화에 있어 은행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앞지른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카카오뱅크와 KT·GS리테일 등 강력한 비금융 주주를 등에 업고 있는 케이뱅크의 등장으로 2030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고객 니즈를 최우선시하는 금융서비스와 상품 발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영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도록 비대면 채널을 기반으로 한 상담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아울러 고객이 원하는 금융 니즈를 맞출 수 있도로 이종산업과의 제휴도 활발히 이어갈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내년에도 쇼핑몰, 편의점 등 쉽게 하나머니를 활용할 수 있는 제휴처를 늘려서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신한은행도 G마켓이나 옥션과 연계한 적금을 출시한 것처럼 새로운 금융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은행권 해외 진출, 양적 확대에서 내실화로 '성장 전략 추진' 

    시중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전략을 추진해온 것. 

    그 결과 신한은행은 20개국 147개 네트워크, KEB하나은행은 24개국 137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우리은행도 25개국 237개 점포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양적 네트워크 확대에 집중하기보다 현지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내실 다지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동남아 시장에서 현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로컬은행과 다름없는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현지 직원 채용을 늘리고 법인장까지 현지인으로 선임하는 등 해외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아울러 내년부터는 해외 시장에서 모바일전문은행 출범을 본격화하고 국내에서 시행 중인 금융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베트남에서 모바일 전용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이미 해외 지점 내실화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와 관련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2017년은 은행들이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은행 단독으로 진출하기보다 현지의 금융수요를 반영해 비은행 금융회사와 동반진출 하는 전략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