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현금유동성 확보, 지속적인 R&D개발 할 수 있어" VS 약사 "수만가지 넘는 의약품 중 제품 고르기 어렵고 바로 결제 부담돼"
  • ▲ 약국 관련 사진.ⓒ뉴시스
    ▲ 약국 관련 사진.ⓒ뉴시스


    국내 제약사들이 의약품 온라인 유통 사업에 적극 진출하면서 제약사와 일부 약사·도매업체 간 마찰이 예상된다. 


    약사가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하면 기존 방법보다 절차가 복잡해지고, 주문할 때 마다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기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일동제약·보령제약이 약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체 의약품 온라인몰을 설립했으며, 이로써 관련 사업에 진출한 업체는 4개로 늘어났다.

    제약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저성장 중인 의약품시장에서 유통 수수료를 절감,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도매상들에게 지출됐던 유통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며 “온라인몰을 통하면 의약품 주문과 결제가 동시에 이뤄져 현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지난 12월 설립을 마친 자회사 일동e커머스를 통해 오는 23일 온라인몰 '일동샵'을 선보일 예정이다. 보령제약은 지난 2일 온라인몰 '팜스트리트' 영업을 시작했다. 한미약품은 2013년부터 관계사 온라인팜을 통해 'HMP몰'을 운영 중이며 대웅제약은 계열사 엠서클에서 의약품·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는 '더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방식을 고수하려는 일부 약사와 도매상들은 제약사의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몰을 통해 의약품을 구매하기엔 종류가 많고, 구매할 때마다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정모(40)씨는 “기존에는 전화로 원하는 상품을 주문할 수 있어 간편했으며 한 달에 한 번씩 결제 가능해 번거로움도 없었다”며 “그러나 온라인몰에선 의약품 주문과 동시에 결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달엔 주문하기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만 가지가 넘는 의약품을 온라인몰에서 찾기 버겁다는 약사도 있었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약사 박모(30)씨는 “인터넷이나 온라인몰 사용에 능통하다하더라도 수만 가지가 넘는 의약품 중 원하는 제품을 온라인 몰에서 일일이 찾아 주문하기 어렵다”며 “환자를 상대하기도, 약을 조제하기에도 벅찬 시간에 인터넷만 붙잡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쓴 소리를 뱉었다.

    의약품 유통업체 관계자도 “일부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을 구매하려면 자사 온라인몰만 이용하게끔 체제를 바꾸고 있어 앞으로 중소규모의 유통업체 간에 고충이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의 온라인몰 론칭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몰 운영이 기존 도매 영업과 비교했을 때 실보다 득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자사 제품을 온라인몰을 통해 공급하게 되면, 자사 의약품 재고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유통수수료를 절감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면 R&D개발에 더욱 안정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 포인트다.

    최근 신약개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상위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3분기 기준 매출규모 상위 20위 제약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평균 9.8%로 전년 대비 0.2% 늘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온라인몰 론칭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 지속적인 R&D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판매‧결제를 담당하던 기존 영업사원들이 판촉에 더욱 역량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온라인몰로 인해 약사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를 절충할 사안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