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경쟁률 심화… LH '부채 감축'에도 도움 안 돼
  • ▲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에서 열린 '2017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 현장. ⓒ한국토지주택공사
    ▲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 오리사옥에서 열린 '2017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 현장. ⓒ한국토지주택공사


    "주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땅인데, 공공택지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공급마저 줄어들어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SOC 물량도 줄어든 마당에 해외사업, 재건축·재개발 어느 하나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중견건설 A사 관계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특히나 올해는 공공임대리츠·주택개발리츠·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대행개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돼 일반매각 용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즉, 시공능력평가순위나 브랜드 네임밸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업들의 먹거리가 줄어든 셈이다.

    18일 LH는 '2017년 공동주택용지 공급계획 설명회'를 개최, 올해 전국 109필지·409만㎡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출시예정인 공동주택용지 공급시기와 단지별 특장점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LH 측은 "보통 설명회를 2~3월경에 하는데, 지난해 8·25대책 이후 추첨 공급이 중단된데다 하반기부터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는 앞당겨서 실시하게 됐다"며 "연간 계획을 미리 알려줘 건설사들의 사업계획에 도움이 되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H가 조성한 택지지구 공동주택용지는 분양가가 민간택지보다 저렴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도 낮은 편이다. 택지지구에는 임대주택 물량도 많아 서민주거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공공에서 공급하는 만큼 교통과 교육 등 기반시설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어 주거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문제는 줄어드는 공급량이다. LH는 2014년 782만㎡, 2015년 694만㎡를 공급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전년대비 41.2% 줄어든 408만㎡를 공급하는데 그쳤다. 기존 택지지구에 남아있던 용지공급이 대부분 마무리된데다 신규 택지지구 조성까지 중단되면서다.

    게다가 올해 공급물량 가운데 20필지·87만㎡는 뉴스테이·공공임대리츠 등 건설사들이 직접 LH사업에 참여하거나 시공사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매각한다. 또 54필지·220만㎡는 대행개발·설계공모·민간참여공동사업 등에 쓰일 용지로, 지난해 공급공고를 통해 이미 매각대상에 확정된 물량이다.

    결국 시평순위나 아파트 브랜드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추첨을 통해 매각하는 용지가 35필지·102만㎡에 불과한 셈이다.

    LH 관계자는 "정부의 공공주택용지 조절 방침에 따라 물량을 축소시켰으며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급하다보니 일반매각 필지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아파트를 공급할 땅이 부족해진 만큼 건설사들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9·1대책 이후 신도시 공급 및 공공택지지구 추가 지정을 3년간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확보 전쟁은 '운찰'이 돼 버렸다"며 "낙찰받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다보니 운이 좋아야 용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은 신규택지지정이 중단된 만큼 택지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이나 대행개발 등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경우 택지지구에서 꾸준한 공급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중견사들이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지만, 대체로 대형건설사들의 메이저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 여겨지는 대행개발도 문제점이 지적된다. 대행개발 사업은 LH가 민간건설업체와 공사계약 체결시 공사금액 일부를 토지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형사 중심의 도시정비사업에 참여가 어려웠던 중견사들이 대행개발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LH가 다른 공공사업과는 다르게 투찰하한선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LH 서울지역본부가 발주한 '서울양원 공공주택지구 조성공사'에서 낙찰률이 예정가에 비해 26% 선까지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또 대행개발방식으로 추진된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사업(전북 익산)에 참여했던 전북지역 중소건설사들이 줄도산하면서 이미 지역에서는 대행개발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택지 확보에 비상이 걸린 건설사들이 추가 분양 수익을 노리고 저가에 공사를 수행하겠다고 나서는 것인데, 사업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요즘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며 "대행개발 사업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도 공급축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2014년 9·1대책을 통해 대규모 신규택지지구 지정을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8·25대책, 11·3대책 등으로 주택시장을 인위적으로 옥죄면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을 부추겼고, 그 과정에서 공공택지 공급이 중단된 지역은 지역 내 분양아파트 희소성을 자극, 수백대 1 청약경쟁률을 이어가도록 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수급에 손을 대면서 실수요자들의 손발이 묶였고, 금융규제가 더해지면서 전진할 동력마저 잃었다"며 "결국은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한 것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부실 위험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13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LH에게도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LH가 보유한 미매각 토지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0조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5년 이상 팔리지 않아 방치된 토지만 9조8000억원 어치다.

    LH의 부채는 국토교통부 산하 23개 공공기관의 전체 부채(216조원)의 62.5%에 달하며 전체 302개 공공기관의 총 부채(505조원)의 26.7%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LH 관계자는 "토지매각이 부채감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0%를 차지할 정도로 경영정상화에 큰 역할을 한다"면서도 "정부의 택지공급 축소 방안을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