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높은 RV 판매, 전년比 현대차 -36.7% 기아차 -16.1%노후 모델 판촉 강화로 판매비 증가 우려
  • ▲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 현대·기아차 서울 양재동 사옥.ⓒ뉴데일리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새해 첫 달 내수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후화된 모델이 많아지면서 판매 모멘텀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스팅어 등 신차 출시가 예정된 2분기 이후부터 판매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월 내수 시장에서 나란히 역성장을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현대차는 총 4만51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9.5% 감소했고 기아차는 9.1% 줄어든 3만5012대 판매에 그쳤다. 반면 경쟁사인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는 일제히 내수 시장에서 판매량을 높였다.


    현대·기아차는 설 연휴로 영업일수가 약 2일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타사 역시 같은 조건이었던 만큼 최근 이어지는 부진을 설명하긴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1월 판매 실적을 보면 노후차 판매 부진이 실적을 끌어내렸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특히 주력 모델의 인기가 사그라든 것이 타격을 줬다.


    현대차의 경우 신형 그랜저가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내수 부진 탈출이 기대됐지만 쏘나타, 싼타페, 투싼, 아반떼 등 주력 모델은 일제히 역성장했다.


    그랜저는 전년 동월 대비 110% 증가한 1만586대 판매됐다. 반면 아반떼는 5064대로 27.6% 판매량이 줄었고, 쏘나타는 35.6% 감소한 3997대 팔렸다. 싼타페와 투싼도 각각 37.3%, 37.7% 줄어든 3185대, 2791대 판매에 그쳤다.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는 5.5% 감소한 4195대 팔렸다. G80은 56.9% 늘어난 3569대 팔렸지만, EQ900은 71.1% 감소한 626대 판매에 불과했다. 차종별로 보면 승용차는 2만4909대로 0.2% 증가했지만 수익성이 높은 RV는 6654대로 36.7%나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수익성이 높은 모델에서 부진이 나타났다. 신형 모닝과 올 뉴 K7을 제외한 전 모델에서 판매량 감소가 나타났다.


    모닝은 전년 동월 대비 6.0% 증가한 5523대 판매됐고 올 뉴 K7도 172.6% 증가한 3743대 판매됐다.


    반면 주력 모델인 쏘렌토는 5191대로 전년 동월보다 31.4% 감소했고, 카니발도 11.2% 줄어든 5166대 판매에 그쳤다. 이어 스포티지 2457대, K5 2004대, 모하비 1425대, K3 1740대, 레이 1091대 등으로 전반적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판매량이 줄었다.


    차종별로 승용차는 1만4444대로 3.7% 줄었고 RV는 1만5480대로 16.1% 감소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수익성이 높은 차종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수익성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도 지난해 4분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특히 차종믹스로 인한 변화가 크게 없다. 기아차의 경우 모닝출시로 볼륨기여는 있겠으나 매출이나 수익성에선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자동차 판매 감소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제품 믹스 개선으로 외형이 소폭 성장하나 지난해 1분기 환율의 기저효과가 있는 데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에 따른 경쟁 심화로 판매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210억원으로 내수 부진과 인센티브 부담 증가로 인해 시장 추정치인 1조4400억원을 밑돌았다"며 "올 1분기에도 내수와 미국·유럽시장의 부진에 실적이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 ▲ 그랜저IG.ⓒ현대차
    ▲ 그랜저IG.ⓒ현대차


    실제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는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는 2분기 이후로 계획돼 있다. 현대차 쏘나타 페이스리프트의 경우 3월 출시가 전망되지만, 판매가 본격화되는 것은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의 실적은 2분기 후반부터 개선 조짐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재천 연구원은 "현대차는 국내에 소형 SUV를 출시하는 올 2분기 후반부터 실적 개선의 조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 3분기의 실적이 매우 부진했기 때문에 기저효과에 따른 모멘텀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기아차는 2분기 들어 스팅어, 3분기에 B-SUV 등 신차투입이 예정되어 있어 1분기는 저점을 확인하는 구간이 될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결국 업계는 현대 기아차가 1분기 대규모 판촉을 통해 판매를 끌어올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기아차는 1월 실적 발표 직후인 2일 판매량이 급감한 K3와 K5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구매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달 중 K3와 K5를 출고하면 초기 6개월간 납입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구입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즉 6개월 무이자 거치 후 30개월 할부(이자 연 4.9%)로 원리금을 균등 상환하면 된다.


    여기에 K3·K5 출고 고객이 할부종료 후 6개월 내에 재구매 시 이미 납입한 이자 만큼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도 있다. 이 외에도 50만원 기본 할인을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다.


    현대차는 싼타페를 대상으로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달 2017 싼타페 구입 시 5~10% 할인(3000대 한정) 가격으로 판매한다. 여기에 기존 싼타페 구매 이력이 있는 경우 100만원 할인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