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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이 그룹 계열사 구조조정 일환으로 진행된 포스코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마무리되면서 '통합 포스코건설'이 연이은 실적 부진을 이겨내고 경영개선과 양사간 시너지 효과 등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재무구조 정상화를 비롯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포스코건설의 재도약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건설은 포스코ENG와의 합병법인을 공식 출범시켰다. 합병은 포스코건설이 1대 0 비율로 포스코ENG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만 합병과 관련한 대대적인 출범식 등의 행사는 전혀 없었다.
상법에 규정된 소규모 간이합병인 탓도 있지만, 최근 구조조정 분위기 등을 감안해 조용히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합병 전 비용절감을 위해 사업부문을 통폐합했고, 이 과정에서 970명(포스코건설 464명)을 구조조정한 상태다.
이로써 포스코ENG는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포스코ENG는 1976년 대우엔지니어링으로 출범해 2008년 포스코그룹에 편입되면서 포스코ENG로 상호가 변경됐다.
포스코건설 측은 "이번 합병은 주력사업 집중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이익창출이 목표"라며 "신속한 경영 판단과 인력 구조 및 조직의 효율화를 통해 관리비용 절감 등 비효율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포스코건설' 수장은 지난해 2월 취임한 한찬건 사장이다. 지난 3일 포스코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됐다. 다음달로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던 한 사장의 유임은 진행 중인 구조조정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합병에 따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조직슬림화를 통해 본부간 기능이 조정되고, 유사기능이 있는 조직은 통폐합됐다. 그러면서 기술혁신으로 사업수행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엔지니어링본부를 신설했다. 합병에 따른 조직신설 및 조정을 최소화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조직도 안정화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합병을 발판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도약의 첫 과제로는 수익성 제고가 꼽힌다.
포스코건설은 브라질 CSP제철소 프로젝트 등 해외시장에서의 손실로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2833억원의 영업손실과 38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5조1434억원으로, 전년(6조5309억원)에 비해 21.2% 줄어들었다.
합병 전 포스코ENG 역시 2014년부터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산업플랜트와 인프라 등 주요 사업 부문에서 모두 손실을 내면서 연결기준 누적 5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합병으로 포스코ENG 부채가 이관되면서 포스코건설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개별기준으로 포스코건설의 부채비율은 96.6%에 불과하지만, 포스코ENG는 448.7%로 높은 수준이다.
이미 부진한 실적으로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상태인 만큼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해외사업 수익력 저하 등을 이유로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잇달아 '부정적'으로 의견을 바꿨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해외사업 수익력 저하 등을 이유로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로 한 단계 강등했다. 신용등급 하락은 향후 채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금리가 올라가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간 중복사업을 접고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표면상으로는 사업효율화가 진행됐지만, 아직 미청구공사대금 등 모든 비용을 다 털어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올해 실적이 '턴라운드'하더라도 대대적인 개선까지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요소가 없었던 4분기 성적도 추가 손실이 반영되면서 누적적자가 불어났다.
포스코가 발표한 2016년도 잠정실적을 보면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59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4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 부문에서 1810억원, CSP제철소 관련 손실 2800억원, 포스코ENG와의 합병 및 해외 프로젝트 손실 반영분 1300억원, 베트남E&C가 103억원 등의 손실을 냈다.
포스코 측은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의 준공 지연 등이 있는데다 사업 구조조정에 따라 해외 프로젝트 손실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
뿐만 아니라 국내외 잠재 리스크 해소에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인천 송도국제도시개발과 관련해 책임분양, 책임준공, 책임매각 등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해진 기가 내에 약정된 금액이 대출금상환적립계좌로 입금되도록 해야 할 의무, 차주의 부도사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의무 등이 포함돼 있다.
2016년 3분기 기준 포스코건설의 송도국제도시개발 관련 특수관계자에 대한 지급보증은 9402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11월에 송도국제도시개발 만기도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차입금 8787억원에 대한 채무인수도 결정했다. 이밖에 재건축·재개발 조합비 대출 및 토목·SOC사업에 대한 채무 인수 약정도 3610억원에 달한다.
나이스신평은 "해운대 엘시티 복합사업, 파라다이스시티,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 주상복합, 여의도 파크원 등 대규모 민간개발사업에 참여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 및 입주율에 따른 공사비 선투입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해외사업에도 리스크가 여전하다. 브라질 CSP제철소 프로젝트의 지체상환금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며 사우디아라바이 아람코 황이송설비, 아부다미 담수, 라오스 남릭 등 주요 손실현장의 공사진행률이 30~70%에 불과한 점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나이스신평은 "2016년도 회계감사에서 보수적인 회계감사 기준을 적용해 공사손실충당금을 계상했으나, 업황 회복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공사 진행 상황 및 원가율 추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초고층 주상복합 해운대 엘시티 사업에 대한 정경유착 이미지와 남양주 진접선 폭발사고로 인안 안전불감증 낙인은 벗어내야 할 허물로 꼽힌다.
정·관계 인사와 특혜 및 비리 논란으로 해운대 랜드마크에서 '비리 랜드마크'가 된 엘시티 사업은 시행사 대표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포스코건설의 연관성이 제기되고 있다.
총 사업비 3조원의 대형개발사업에 시공사가 손실을 무릅쓰고 '책임준공'을 약속한 배경에 의문점이 제기된 것.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거나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공사를 중단할 수 없는 계약 방식이다. 이 사업은 포스코건설과의 계약 체결 이전까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년째 표류 중이었다.
건설사로서 가장 짙은 '주홍글씨'인 안전불감증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 역시 포스코건설이 풀어야 할 숙제다.
2년 전 16명의 사망자와 11명의 부상자를 낸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와 지난해 4명이 죽고 10명이 크게 다친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는 포스코건설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으로 꼽힌다.
실제로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집계된 공공공사 벌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건설은 최근 2년간(2014년 하반기~2016년 상반기) 총 29곳의 현장에서 벌점을 부과받았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사 가운데 가장 많이 적발된 것으로, 누계벌점(0.55점)도 이들 건설사 평균(0.284점)을 크게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