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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가 가야할 길은 글로벌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와 수직 통합, 이종산업 간 결합과 같은 최근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트렌드에 발맞춰 CGV는 오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
서정 CJ CGV 대표이사는 8일 오전 IFC몰 내 CGV 여의도점에서 열린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CGV의 사업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서 대표는 "전 세계 영화산업은 큰 격변기를 겪고 있으며 자국을 벗어나 글로벌 전체를 시장으로 삼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고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이런 추세를 따라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역량과 체급을 갖춘 국내 문화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CGV는 지난해 터키 1위 극장사업자인 마르스(Mars)를 인수해 세계 5위 극장 사업자로 거듭났지만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아직 미미한 실정"이라고 자평했다.
서 대표는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미국이나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의 단순 시장으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CGV가 한국영화의 글로벌화를 위한 플랫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답을 찾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CGV에 따르면 전세계 상위 극장기업들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초대형화를 이루고 글로벌 수직 통합을 기반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IT와 미디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등 이종산업 간 결합으로 밸류 체인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1위 극장사업자인 중국의 완다그룹은 중국 및 아시아권 내 M&A를 벗어나 북미 및 유럽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완다그룹의 2016년 투자 규모는 160억 달러(한화 약 18조3072억원)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다. 완다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딕클락 등 미국 A급 제작사를 인수해 할리우드 내 위상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2017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완다는 극장 부문 전세계 압도적 1위 자리를 확고히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를 추가적으로 인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하며 M&A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미디어 산업의 수직 통합도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통신 및 네트워크 사업자인 AT&T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타임워너를 인수했고,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Comcast)는 TV채널인 NBC유니버설을 인수하는 등 방송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결합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는 영화사업 투자를 대폭 강화하며 할리우드 스튜디오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알리바바도 '알리바바 픽처스'를 통해 자국 및 글로벌 영화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도 콘텐츠 제작과 투자를 병행하고 있으며 애플과 아마존, 구글 등 IT 기반의 플랫폼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들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해외 7개국에 진출해 있는 CGV는 글로벌 트렌드를 좇아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서정 대표는 "CGV는 현재 중국,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 7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최근에는 인도와 러시아, 터키 인근 국가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CGV의 지난 1월 전세계 관람객 수는 사상 처음으로 2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절반이 해외 관객인 만큼 오는 2020년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GV의 토종 스크린 기술이자 신규 사업인 4DX와 스크린X 사업이 전세계로 확대되면 글로벌 매출 비중은 이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장용성 CGV 전략기획실장 부사장은 "영화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이제는 국내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며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확장 전략을 참고해 문화공룡 미국과 중국에 맞설 글로벌 문화기업을 육성하는 것만이 K컬처의 확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국 관객수는 2억1700만명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며 영화 상영편수는 2516편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지난해는 45세 이상의 중장년층 관객 증가가 눈에 띄었다. CGV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7년 5.3%에 불과했던 중장년층 비중이 2010년에는 10.1%를 넘고, 2016년에는 20.3%를 차지하면서 핵심 관객층으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와 함께 티켓을 구매하는 '키즈 패밀리’(Kids Family)의 성장과 한 영화를 여러 차례 보는 'N차 관람'과 하루 2회 이상 영화를 관람하는 '몰아보기' 관객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원 CGV리서치센터 팀장은 "국내 영화 산업을 이끌고 가는 주요 세대는 여전히 2030이지만 45세 이상의 중장년층이 점차 비중이 높아지며 핵심층으로 대두됐다"며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에 이어 지난해 새로운 관객 트렌드가 나타나면서 영화 마케팅 차원에서 이들을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